2018년 10월 31일 수요일

성장형 주인공과 완성형 주인공에 대한 생각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분석이고, 여기서 서술하는 것에서는 일반적인 것들에 대해서만 거론한다. 예컨데 대부분의 작품은 선을 행하는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인데 간혹 등장하는 악을 지향하는 주인공이 있는 작품도 있다 라던지 식으로의 예외적인 케이스는 모조리 배제. 라고 하려고 했는데 퇴고를 하다 보니 거론 해 버렸네...



일단 그 둘에 대한 설명은 패스한다. 이 둘을 설명하는 것 처럼 의미가 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완성형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구분 하자면 완성형 캐릭터는 두 종류가 있는데 완성형이라는 의미처럼 기본적으로 주어진 능력 이상으로 성장을 안 하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두가지 형태의 스토리텔링 구조가 있다. 하나는 주인공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닌 적들이 떼거지인 경우와 다른 하나는 주인공보다 강한 존재가 거의 없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머무르는 정도인 경우다. 전자의 경우처럼 까다로운 경우는 없다. 기본적으로 매체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주인공이 완성형이라 한들 적도 그만큼 강하다면 거진 체스를 하는 느낌처럼 공방전이 치밀하고 섬세하게 오고가야 한다. 그만큼 설정도 잘 짜야 하고 작가의 전개 능력을 크게 구애받는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그런 섬세함이 그다지 필요가 없다. 필요한건 완성형 주인공이 힘을 얼마만큼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다. 어설프게 져준다거나 비등하게 맞춰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만큼 맥 빠지는 일도 없다. 이 글에서 이야기 하는 완성형은 후자를 기준으로 이야기 한다.


최근의 서브컬쳐계에서는 성장형 캐릭터의 흔적이 점차 줄어들고 완성형 캐릭터의 투입이 유독 자주 보이곤 한다. 이세계물의 범람처럼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얻고, 이세계에서 잘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 사실 이것처럼 훌륭한 자위용 컨텐츠가 없다. 강한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고 독자는 기분만 그 캐릭터에 맞춰 동화시키면 된다.

사실 성장형 캐릭터가 그다지 감정이입에 훌륭한 도구는 아니긴 하다. 아무리 성장형 캐릭터가 좋다 한들 아무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그 캐릭터가 특별한 능력을 얻고 성장의 가능성이 펼쳐 졌을 때 비로서 그 캐릭터에게 발산되는 감정이 무럭무럭 솟아난다.


성장형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선을 지향하고, 사회에 동화되길 원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찌질함 내지는 부족한 부분을 필히 독자로 하여금 알 수 있도록 전개해야 한다. 그런데 그 찌질함 내지는 부족한 부분은 다른 말로 하면 컴플렉스이고 이 컴플렉스라고 하는 것은 잘못 건드리면 반발을 사기도 쉽다. 사회에서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 되는 컴플렉스는 기본이요 컴플렉스의 발산 방향도 중요하다. 그래서 성장형 캐릭터는 완성형 캐릭터에 비해 바로 감정을 쏟기가 까다롭다. 그 캐릭터가 충분히 익고 독자가 충분히 마음을 쏟을 만하다 여겨질때야 비로서 열렬한 사랑을 받게 된다.


하지만 완성형 캐릭터는 그와 다른데 완성형 캐릭터는 성장을 끝마친 모습처럼 매우 전문적이고 익숙한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찌질함 내지는 부족한 부분인 컴플렉스가 거의 없다. 심지어 상황에 따라서는 너무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염세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사회의 평판에 대해 별 관심이 없기도 한다. 자신의 힘을 스스로 경계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까 거리를 두기도 하고, 따라서자연스레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케이스가 많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힘이 악에 속해 있거나, 혹은 그 악 자체를 상징하거나 그러한 평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성장형 캐릭터와는 정 반대다. 그리고 그 둘은 서로 상반되어 어울리지 못 한다.



성장형 캐릭터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사실 성장형 캐릭터의 최종적인 결말은 매우 뻔하게도 선을 지향하여 악을 물리치고 가장 강한자가 되어 세상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따라서 결말이 빤히 보이는 성장형 캐릭터의 즐거움은 결말이 아닌 주인공을 압도하는 적의 세력을 물리치며 성장하는 과정이 가장 재미있다. 이 경우는 주인공도 적도 매력적으로 다가 올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완성형 캐릭터는 그렇지 않다. 완성형 캐릭터는 그에게 주어진 강한 힘을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자유도에 재미가 있다. 그가 가진 힘을 막아 설 자가 극히 적으므로 누가 적이 될 것인지 어떤 존재들이 적대 세력이 될 것인지는 그리 흥미롭지 않다. 완성형 캐릭터 매체가 가진 장점은 그가 가진 과도할 정도로 강한 힘과 대비되는 제약 사이에서 고뇌하던 주인공이 봉인을 풀고 압도적인 힘을 쏟아내어 그를 막아서는 적들을 날려버리고 그가 선택한 길의 형태를 즐기는 것이다.


최근에 완성형 캐릭터의 투입이 늘어나고 있다 라고 했었는데 과거나 지금이나 완성형 캐릭터는 자주 사용되어지는 편이기는 하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별로 특이 할 점은 아니다.


그러나 완성형 캐릭터의 치명적인 위험은 잘못 하면 먼치킨물이 된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주변 인물은 오오 그렇구나 하는 반응 측정기로 전락하는 경우다.


 성장형 캐릭터에도 종종 주인공만 성장하고 동료는 들러리가 되어 버려 결국 작품 끝에서는 먼치킨 끝물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지만, 그나마 성장형의 경우에는 그에 걸맞는 적을 배치해야 하기에 고난과 역경이라는 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완성형 캐릭터의 경우에는? 완성형 캐릭터를 가로 막는 적은 그를 성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완성형 캐릭터를 가로 막을 수준의 적이라는 점에서 완성형 캐릭터를 더더욱 먼치킨으로 전락시키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주인공이 먼치킨이 될 경우의 가장 안 좋은 예는 바로 슈퍼맨이다. 엄밀히 말해서 슈퍼맨 자체가 잘못인 경우는 없다. 이는 창작자가 슈퍼맨을 메리수로 받아 들였을 때의 문제다.

알다시피 슈퍼맨이라고 하는 캐릭터는 거진 결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캐릭터다. 시리즈마다 다르지만 지능이 어지간한 히어로 뺨칠만큼 좋게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의 능력이 모든 히어로를 쌈싸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만 이렇게 메리수가 되어 버릴 경우, 그 이외의 캐릭터를 사랑하던 사람들에게는 박탈감을 준다.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로 이러한 슈퍼맨에게 약점을 부여하기 마련인데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크립토나이트. 하지만 이 전개도 사실 따분하기가 그지없다. 약점 하나만 파고 들기 때문에 오히려 이 크립토나이트에 번번히 털리면 그거 막을 생각 안 하고 뭐하고 있냐 라는 핀잔을 듣기 좋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더 머리가 좋은 자를 내보내기 위해 지능을 너무 좋게는 하지 않게 하거나, 혹은 슈퍼맨의 물리력으로 막아낼 수 없는 능력을 쓰는 자가 나타나거나 하는 일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불살주의 같은 것은 시시할 정도로 넘쳐나는 설정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거다. 불살주의가 아닌 경우. 즉 악당같은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을 때 완성형 캐릭터는 작가가 리미터 제한을 염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처음에는 호쾌하게 느껴졌을지 몰라도 작가의 성향에 의해 의도된 전개이므로 이후에도 계속 같은 식의 전개가 펼쳐지는 일이 다분하다. 즉 작품의 굴곡이 없어진다. 앞서 말했듯이 완성형 캐릭터는 제약을 통해 그 가진 힘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메리수에 빠진 완성형 악역 주인공은 리미터 제한을 하지 않으므로 힘을 숨겨두었다가 발산하는 전개가 되질 않으니 가지고 있는 전력을 초중반에 다 펼쳐 버리게 된다. 가지고 있는 패가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라고 초반부터 올인하는 꼴이다. 하지만 이미 패를 다 읽힌 상황에서 과연 상대가 걸려들까?  독자도 마찬가지. 독자도 가진 카드를 다 내보인 작품에 대해서는 흥미를 잃고 만다. 완성형 캐릭터가 성장형 캐릭터보다 안 좋은 이유가 이것이다. 성장형 캐릭터는 스테이터스가 밑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는 것이지만, 완성형 캐릭터는 위에서 고정되어 있다. 이 스테이터스를 작품 내에서 분위기에 따른 굴곡에 맞추려면 당연히 어떠한 제약이나 사건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성장형에게 적당한 적을 주는 것 보다도 더 까다롭다. 그야 완성형 캐릭터는 이미 쓰러뜨리고도 남을 힘이 있는데 왜 쓰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이유가 기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이야기를 전개하는 실력이 좋지 않은 이상 완성형 캐릭터의 사용은 숙고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런 성장형과 완성형을 섞어서 하나의 캐릭터에 집어 넣은 경우도 있다. 드문 케이스이긴 한데 대표적으로는 완전 성장 했을 때의 모습을 암시하는 형태다. 그러나 그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대부분은 사람들의 기대를 자극하면서 완성형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경우에는 그러한 신비주의를 때려치고 첫판부터 롤 모델의 모든 모습을 보여 준 뒤, 후계자를 골라 성장형이 가야 할 최종 목표를 다 보여주고 말았다. 이는 정말로 알고보니 숨겨진 능력을 되찾았더라 식의 전개가 아닌 이상 심각한 전개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최종형태는 결국 올마이트가 될 것이고, 원포올의 선대 능력을 이어받는다는 점에서 미도리야가 가진 힘은 올마이트보다 쪼끔 더 나은 정도에 그칠 것이기에 초반에 보여주었던 올마이트 이상 가는 적이 나와서도 문제고, 올마이트를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어도 문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형과 완성형 중간에 있는 미도리야 캐릭터는 완성형이 가진 힘을 제약하여 스스로를 옭아매는 전개도 펼칠 수 없이 스스로가 부족한 캐릭터라 온 힘을 다해도 될까 말까이기 때문에 완성형이 가진 소재 사용의 수단도 대부분 막혀 있다.

더군다나 성장형의 문제점은 그가 온전한 모습으로 바라던 바를 성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파멸형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는 점인데, 히로아카의 주인공 미도리야는 너무 극단적으로 캐릭터를 파멸형으로 몰고 가는 형태를 띄고 있다. 이는 작가가 아슬아슬한 전개를 끌어내는 방법에 대해서 진지한 고찰이 없어 어설픈 형태에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미 이야기의 첫 시작에서 이야기를 과거형으로 읊는 모습을 보였으니 온전한 성장을 끝냈다는 결론이 나지만, 이 또한 성장형이 쉽사리 해서는 안 되는 성장형 캐릭터의 결말이 뻔하더라도 그 결말을 독자가 먼저 다 알아버리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기에 히로아카는 성장형으로서도 완성형으로서도 첫판부터 독자의 흥미를 빼앗아 버린 것과 같다. 더군다나 성장형의 장점은 성장을 통해서 발전한 모습을 즐기는데에 있는데, 완성형의 롤모델이 떡하니 드러났기 때문에 성장한 모습에 대한 감흥이 이미 스포일러 되어 크게 와 닿지 않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히로아카가 아직까진 버티고 있으나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혹은 성장형과 완성형을 섞어 만든 형태에서 발전이 가능한지 알고 싶기도 하다. 다만 히로아카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사견이고, 엄밀히 말해서 이걸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쓰려면 완성형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표현하여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원래는 위쳐의 게롤트에 대해서 고찰하던 중 다른 완성형 캐릭터 중에서 오버로드의 모몬가라고 하는 완성형 캐릭터가 완성형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 분석하려던 것이었는데 생각 해 보면 오버로드가 흥하는 관점을 봤을 때 그건 완성형 캐릭터이기 때문인건 아닌 것 같다. 오버로드에서는 완성형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전혀 없다. 예컨데 헬싱의 아카드의 경우에도 악의 위치에 선 캐릭터지만 행동은 제약 받은 선의 입장이고, 오히려 대립하는 것은 신부들인 선의 위치의 종교측과 싸우기도 하고, 나치를 바탕으로 하는 악의 세력과도 싸우는데, 오버로드의 경우에는 그런 선에 관한 카타르시스가 없다. 작가는 뭐 이세계물의 무분별한 행동의 안티테제라고 말하긴 하는데 주인공에게 1인 2역을 하면서까지 그런 짓을 시키는 것 치고는 그다지 안티테제라는 느낌은 들지 않고 오히려 캐릭터 자딸에 가까운 느낌만 들고, 이세계 넘어와서 깽판치는 것을 통렬히 비판하고 싶었다 쳐도 모몬가라고 하는 캐릭터가 하는 짓은 대체 어떤 점을 비판하고 싶었는가를 알기가 어렵다. 또한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에게 적대 할 만한 실력의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과 더불어 설령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길드째로 전이된 상황에서 전력의 차가 현저하게 나기 때문에 대체 어떤 점에서 긴장감을 부여 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다.

결국 남는 것은 캐릭터가 펼치는 무쌍이나 감상하고 그 결과물 가지고 서로 우왕좌왕 하는 마치 원펀맨과 같은 상황인데 그렇다면 오버로드는 엄밀히 말해 완성형 캐릭터물로서는 최악의 형태이지만 성공한 형태일듯 싶다. 원펀맨은 최소한 그가 가진 힘을 적당히 쓰고, 건성이더라도 선을 행하지만 오버로드는 그게 아니니까. 그런데 엄밀히 말해 나는 원펀맨이 흥한 이유도 사실 이해가 안 가지만 오버로드가 흥한 이유는 더더욱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이다. 최소한 원펀맨의 사이타마는 강함에 대한 염세적인 반응과 동시에 강한 자를 찾는 욕구가 은연중에 나타나기에 작가가 생각한 강함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 해 보려는 메세지는 전달 되는 반면 오버로드의 경우에는 작가가 말한 이세계 깽판물에 대한 안티테제로서의 메시지는 전혀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세계 깽판물이 가지는 모순을 드러내기 위한게 아니라 오버로드는 이세계 깽판물 그 자체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일부러 싸움을 유도하여 수십 수만을 쳐 죽이는 상황에서 접수한 왕국의 국민들에게 따스한 꼴을 해 봐야 학살자라는 점에서는 변함 없는데 온갖 찬양이 돌아오는 상황에서 이걸 과연 안티테제는 고사하고 자캐딸 소설 그 이상이 될 수 있을지가 의문인 것이다.


앞서 말한 위쳐의 경우에는 위쳐라고 하는 직업 자체가 사람들에게 환대받지 못 하지만 사람들이 살기 위해선 위쳐에게 의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위쳐 또한 배운게 괴물 죽이는 짓이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고, 괴물을 잡기 위해 준비하거나 먹고 살기 위해선 돈을 받아야 하는데 위쳐를 고깝게 보는 일반인들은 위쳐에게 어떻게든 돈을 안 내려고 바둥바둥 하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단순히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누어 한쪽만 바라보는게 아니라 그 둘을 바라보는 중립적인 느낌으로 진행되는데, 오버로드의 경우에는 이세계를 공격하는 측과 공격 당하는 측 그 둘을 동시에 보여주긴 하나, 엄밀히 말해 이걸 깊이감 있게 보여주거나 독자에게 생각 할 거리를 던져주는 형태는 아니다. 가만히 잘 살고 있었는데 멋대로 넘어온 놈들이 시비 털어서 유린하는 것을 바라보며 오오 최강 최고 이러는데 언뜻 보기에는 양측을 조명하는 것 같지만 엄밀히는 약탈하는 쪽을 일방적으로 치켜세우기에 무조건적인 한쪽 편들기 즉 자딸에 가깝다.

엄밀히 말해 안티테제가 되기 위해서는 테제인 기존 작품의 모순을 드러내야 하는데, 오버로드에서 보여주는 기존 작품의 모순이 없다. 오히려 테제 그 자체를 그대로 따라가는 형태에 가깝다. 그나마 팬덤이 클리셰 비틀기라 말하는 현대인 천재설을 비트는 입만 현자 같은 요소는 실제로 그걸 모순으로서 보여주는 형태도 아니고 클리셰 비틀기도 아니다. 그저 작가가 현대인이 이세계 가 봐야 할 수 있는게 없다 수준으로 부정하고 까내린 것 뿐이다. 애초에 마법이 존재하는데 현대인 천재론을 들이밀어 봐야 마법으로 때우면 그만인 상황에서 의미가 없다. 듣기로는 실제로도 입만현자가 말한 물건을 마법으로 구현했다 하니 오히려 이건 모순을 까려고 클리셰 비틀기를 한게 아니라 오버로드 작품 자체가 스스로 모순이 된 격이다. 현대인 천재론을 까기 위해서는 현대인의 지식이 그 시대에서 이미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가능하거나 아니면 아예 쓸모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의 지식을 받아들여 사용하는 자가 나타나 버리게 되면 현대인 천재론은 유용한 것이 되어버린다. 예컨데 현대인이 이세계에 넘어가서 컴퓨터라는게 있습니다. 알맞은 소프트웨어가 있으면 계산도 손쉽게 하고 인터넷에 접속되면 아무리 먼 곳에 있는 사람하고도 연락을 할 수 있죠. 다만 모니터도 있어야 하고 전기도 통해야 하고 등등 이러다가 이세계인들에게 응? 우린 마법으로 멀리서도 연락을 주고 받는데? 전기? 마법으로 불러내면 되는데? 그냥 안 되고 발전기를 돌려야 해? 그럼 골렘 만들어서 돌리게 하지 뭐. 계산? 그냥 계산하면 되지 않나? 복잡한 수식을 계산하려면 필요하다고? 그럼 숫자판에 마법을 걸어서 수식 규칙대로 알아서 움직이게 해야 겠네 식으로 필요 없거나 그 이상의 방법이 있음을 증명하면 되는 것이다.


클리셰를 비틀어도 그걸 통쾌하게 비틀어야 인상이 남는 법이고 그러한 예시를 쓴 것이 최근에는 코노스바나 이세계가 게임이란건 나만이 알고 있다 라던지가 있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슬레이어즈의 리나 인버스처럼 완성형 주인공에 착하지도 않은, 그런 주제에 먹보 빈유 성깔 나쁨 등 그것이 오해에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마치 트라이건의 바슈처럼 인간재앙으로 불리며 그 시대 여주인공의 특징을 확 비틀어 버린 캐릭터였지만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그런데 오버로드는 그저 주인공측이 성질 나쁜 깽판깡패일 뿐이다. 클리셰 비틀기도 없고 일반적으로 느끼는 통쾌함도 없고, 결국 결론은 오버로드에서 보여지는 깽판이 소비자 층에게 먹혔다 정도 뿐이다. 솔직히 그런 오버로드에서 완성형 캐릭터의 완성도나 중요도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참 아쉬운 일이긴 한데 이런 기형적인 상황도 가능하구나 하는 교훈 정도는 느꼈다.

생각 해 보면 소아온의 키리토도 초반엔 성장하는 척 했지만 결국 사냥터 독점으로 레벨업한 완성형 캐릭터로 끌고 나왔는데 이 역시도 딱히 완성형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을 제대로 끌어내지는 못 했다. 메리수가 되어 버린 키리토 올인 체제에, 특히 초반의 사치 에피소드는 게임의 잔인함과 키리토의 암울한 과거를 새기고 솔로 플레이에 올인하게 하려던 목적이었겠지만 그냥 쿨병 종자가 쿨병짓 하다가 사람 죽게 만들었는데 혼자 알아서 극복 식이 되어버려 공감대도 얻지 못 했고, 혼자 존나 쩔게 강해서 멋진 척은 다 하는 그런 캐릭터였다. 신기하게도 양판소의 구성과 그다지 다를바 없었고 수천명의 목숨을 가지고 인질극한 정신나간 악역 미화 등 제대로 된 작품이라고는 보기 어렵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은 계속 나오고 책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일본의 서브 컨텐츠 질적 하락은 잘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이렇게 보니 정말 심각하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실력 좋고 작품성 좋은 것들도 흥행이 되긴 하지만 쿨병 걸린 학살종자 메리수 캐릭터가 각광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만큼 자존감이 썩어서 대리만족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을 빠르게 실현 시켜 줄 수 있는 것이 완성형 캐릭터가 된 것이다.


하기사 최근에 방영하는 전생 슬라임도 결국엔 걍 메리수 캐릭터 자딸용이었고, 고블린 슬레이어도 레벨업 다 시켜 놓고 전장에 내보내는 완성형 캐릭터식이었다. 그나마 넷상에서 괜찮은 작품이다 라고 말하는 변경의 팔라딘도 정작 성장을 다 시켜 놓고 내보내는 식이었고. 근데 걔는 애니메이션화 되지 않은 것을 보니 성장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인기가 없나보다.


확실히 완성형 캐릭터는 이미 완성되어 있기에 그냥 그대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면 되는 반면 성장형 캐릭터는 찌질한 주인공이 완전체가 될 때 까지의 과정을 그려내야 해서 어지간한 인기를 끌지 못 하면 주목을 받지 못 하곤 한다. 예컨데 오리지널 에피소드까지 집어넣는 원피스나 나루토의 경우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에 가능했지만 실제로 그런 성장형 주인공 애니메이션은 2쿨 이상을 넘기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 그렇다고 그렇게 1~2쿨로 끝내서 결말은 커녕 중간도 못 보여주면 애니화 한 의미도 없다. 즉 일본의 서브컬쳐 애니업계에 비상식적인 거품과 착취가 결국 좋은 작품을 롱런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1~2쿨로 끝내도 전개에 차질이 없는 완성형 메리수 타입에 주목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완성형 캐릭터가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예컨데 혈계전선도 기본적으로는 완성형 캐릭터들이 무더기로 나와서 노닥거리는거지만 적절한 캐릭터성과 완성형 캐릭터가 가지고 있어야 할 점들을 갖춰 나름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질적 하락이 눈에 띄는 것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어째서 그딴게 상품이 되는거지? 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수가 없는 것.


과연 지금처럼 일본 서브컬쳐가 완성형 자딸 메리수캐에 집착하면 혹시나 하는 생각이지만 한국 컨텐츠에 질적으로 밀려 순위가 바뀌는 상황이 올까 하는 기대도 들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워낙 쌓아놓은게 있는 일본이다 보니 그리 쉽게는 바뀌지 못 하겠지. 거기다가 한국 컨텐츠 시장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