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1일 목요일

Last Stop 감상

 ???????????

연신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게임. 전반적인 느낌이 그러하다.


이 게임의 스토리, 인트로 스토리는 경찰관의 모자를 훔쳐 달아나던 소년과 소녀가 지하 막다른 길에서 사람을 착각한 듯한 인물이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포털을 넘어갈지 말지를 재촉하고, 소녀는 넘어가고 소년은 남은걸로 인트로가 끝난다.


그 뒤 선택창에서 보여지는 3명의 이야기를 플레이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인트로의 인물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첫번째 이야기는 애딸린 대머리 남자와 젊은 청년의 몸이 바뀌어 버린 이야기를 다룬다. 이하 A.

두번째 이야기는 특별 조직에서 일하는 여성이 자신의 외도,불륜과 관련된 트러블에 엮여 가정과 직장을 지키려는 이야기다. 이하 B.

세번째 이야기는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던 중 낯선 남성을 따라가는 여성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 남성을 뒤쫓아 가던 중 남성의 눈,몸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고그걸 보고 도망을 치던 중 잡힐뻔 하다가 역으로 머리를 가격,기절시킨 남성을 묶어놓고 친구들이랑 감시를 한다는 이야기다. 이하 C.


세 이야기 중 그나마 플레이어인 내 입장에서 감정이입이 가능한 이야기라면 몸이 뒤바뀐 이야기인 A정도다. 불륜녀의 고군분투 따위 나한테는 눈꼽만큼도 이해 할 이유가 없고, 질 나쁜 친구랑 엮인 아이 이야기는 주거침입죄와 납치,감금을 한다는 시점에서 걍 범죄자라 역시 감정이입을 할 여지도 없다. 심지어 이 둘, B와 C이야기는 진행될수록 더더욱 이야기가 막 나가는터라 더더욱 공감을 할 여지가 없다.


B,C의 스토리만 해도 중도하차각인데 문제는 이 게임이 총 6챕터고 그 챕터의 진행 순서가 A1-B1-C1-A2-B2-C2-A3 이런식이다. 즉 한 캐릭터만 가지고 진행하는게 불가능하다.


보통 군상극이라 불리는 메인 주인공이 드러나지 않는 다수의 인물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공통의 주제가 있어야 이야기가 흔들림이 없고 집중하기 쉬우며, 이처럼 각 시점이 마구 옮겨서 진행이 되는 경우에 생기는 문제를 줄일수가 있다. 삼국지는 중원의 재패,은하영웅전설은 두 국가체제의 대립,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안드로이드의 독립처럼 공통된 주제가 있어야 몰입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 게임의 스토리상 a,b,c의 스토리는 공통의 주제랄까 그 셋을 하나로 묶는 요소는 존재하나 그것이 등장하는 타이밍은 최후반부인 마지막 챕터, 그나마 b에 한해서는 그 전 챕터에서 공개된다.


구심점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각 캐릭터를 강제적으로 번갈아가며 플레이해야 하는 점은 사실 상당한 고통이다. 이야기 하나에 집중하기도 힘든데다 그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면 넘어가는 과정 자체가 고역이기 때문이니까.


아무래도 이 게임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듯 싶은데 디비컴처럼 상당히 쓰잘데기 없는 동작 재현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문을 열거나 뭘 먹기 위해 손을 움직이거나 이를 닦거나 하는 동작들을 시킨다. 하지만 디비컴만큼 개발력이 있진 않아서 그 수는 적기에 크게 방해되는 요소는 아니나 나오면 나오는대로 그냥 귀찮고 의미가 없다. 다만 디비컴은 앞서 말했듯이 군상극으로서 안드로이드의 문제를 초반부터 짚고 넘어가기에 몰입하기가 쉬운데 비해 이 게임은 그러지 못 하여 벤치마크를 잘못한 케이스다.


게다가 이 게임은 정말로 실망스러운 점이 선택지 시스템을 제공하나 실상 그 선택지와 대사가 따로 놀고, 어차피 뭘 선택하든 같은 진행만 될 뿐이라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향으로는 절대 진행이 안 된다. 더군다나 멀티 엔딩 선택지는 결말에만 몰아넣고 그것도 딸랑 두개 뿐이다.


이야기도 비일상에 휘말린 소시민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비해 그 과정이 좀 납득하기가 힘들다. 일단 a의 몸이 바뀌어 버린 경우는 바뀌게 된 이유가 저주를 건 누군가의 짜증에 불과했다 라는 점에서 정말 어처구니없이 휘말린터라 그 과정이 되게 억지스럽다는 느낌이고, 반면 c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아무리 자수를 종용해도 들어먹지 않은 친구들 때문에 인생이 꼬인거고, 주거침입이나 감금을 자행한다는 점에서 자업자득에 가깝고, 심지어 문제의 본질인 사라진 여성들은 어떻게 되었는가를 뒤쫓지 않고 주변 문제에서 맴도는 점, 그리고 그 초록색 인간은 대체 누구인가 라는 점을 파고들지 않아 시원스럽게 풀리지가 않는다. 마지막으로 b는 인트로 스토리와 가장 밀접한 관계의 캐릭터이나 정작 이 캐릭터와 관련된 이야기는 a나 c와 달리 비일상의 주체가 된 요인이 전혀 상관없는 가장 신비롭지 않은 구성을 지닌다.

더군다나 결말의 이야기는 인트로 스토리와 이어지긴 하나 정작 그 중요도, 인트로 스토리의 캐릭터는 이걸 이제와서 이야기 한다고 뭐 의미있나 싶은 수준이다. 그나마 맥거핀으로 남겨둔게 아닌건 잘한 짓이긴 하지만. 아마도 이 결말부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세명의 스토리를 전부 봐야 이해가 되고 그러기 위해 각 챕터마다 강제 플레이를 하게 한거 같은데 솔직히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한 느낌이다.


차라리 좀 뭐랄까 비일상의 주체인 차원 너머의 외계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파고드는 전문가가 이야기를 수습하는 형태인 닥터 후나 x파일 같은 이야기였다면 더 흥미롭고 재미있고 난잡하게 각 캐릭터를 넘어가는 구성일 필요도 없었을텐데 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이 외계의 존재들에 대해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전개가 흥미롭지 못 하고 이 부분을 이렇게 넘긴다고?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게다가 내가 한국인인지라 불법 주거침입, 미성년자가 저지르는 납치,감금,불륜,협박,마약 이런 류의 소재가 등장함에 있어서 공감대를 열수가 없는터라 제작사가 영국을 무대로 했으니 영국인의 심리 또는 미국인일수도 있는 캐릭터의 심리를 이해할수가 없는 관계로 공감할수 없는 이야기 요소 때문에 장벽을 느끼는 것도 좀 문제다. 가져다 쓰는 소재의 공감대도 고려를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강하다.

그리고 게임의 진행이 대부분 이동 위주이고 선택지는 별 의미도 없고, 불필요한 동작들을 요구하는터라 스토리 외적인 게임 진행의 재미도 심각하게 나쁘다는 것도 문제다. 마치 인터렉티브 무비처럼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소프트웨어 수준에 불과한데 스킵도 불가능한 강제 시청에다 선택지는 제한시간마저 존재하여 플레이어에게 여러모로 불편한 요소에 스토리 시청만을 강요하는 구성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불만밖에 남지 않는다.


여러모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비일상류 미스터리를 즐기는 취향이라면 그냥저냥 해 볼만은 한 수준.

유통사가 안나프루나라서 다시 한번 더 이 유통사가 건드리는 게임은 그냥 거르는게 좋다는 것만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