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1일 수요일

하드코어 메카 감상




플레이 타임은 6시간 안에 클리어. 아케이드 액션 게임의 플레이 타임으로는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그냥..저냥. 아주 구리지는 않은데 목적의식이 빈약한 주인공 때문에 그리 타오르지는 않는다. 대체 왜 주인공말고 주인공 주변 인물들만 터지는 사건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지... 주인공을 너무 쿨한 성격으로 만들어 놨는데 이게 적당히 쿨해서 좋은게 아니라 그냥 쭉 의뢰랑 속한 기업에만 매달리는 원칙주의자라서 캐릭터에 공감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주변 인물이 과거사를 들춰서 보여주고 행동의 근거를 보여주는터라 지나치게 쿨한 주인공을 뒷받침 하는 스토리가 없이 쿨한 것이 행동의 근거가 빈약하게 보여지게 만든다. 음. 이 점은 확실히 배울 만 하네. 쿨한 주인공을 무작정 쿨하게 하지 말고, 적당한 이유를 들어주는게 좋다는 점이.


음악 적당히 괜찮았다. 사운드 테스트 모드 같은 걸로 음악만 따로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


게임 시스템은 솔직히 말해 그리 기대를 안 한 것이 사이드 스크롤 타입에 있어서 오로지 X와 Y축만 있는 게임은 깊이가 있지 않은 이상 즐겁게 해 주기 어려울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전 벨트 스크롤 게임도 X와 Y축만 있는 게임보다 Z축이 있는 게임이 똑같이 단순하더라도 좀 더 있어 보이는 느낌이 나니까.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게임은 확실히 그 부분이 아쉽긴 하다. 오로지 X와 Y축 공간만 가지고 할 거면 호쾌하게 플레이 하는 게 좋았을텐데 그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적 격파를 위해 사격 조준을 따로 해야 하는터라 좀 까다롭기만 하다.

액션성 역시 별로인게 근접 공격 딜레이가 좀 있는 편이라서 콤보를 이어나가는 즐거움이 없다. 되려 근접 공격을 끊고 백대쉬로 빠져서 사격을 하는게 더 즐거울 정도. 근접 공격 데미지가 사격보다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리스크가 높다 보니 결국 난전은 전부 사격에 의존해야 한다. 게임의 아이템,무기 등은 그럭저럭 여러 종류를 구비 해 두고 있는 점은 괜찮지만 모듈은 너무 단순하다. 클리어 이후 서바이벌 모드 한정이지만 다른 기체를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은 괜찮았지만 아케이드 모드가 아직 없다고 하고, DLC 기체를 서바이벌에서 못 쓰는건 납득이 안 된다.


특히나 별로 안 좋았던 점은 숨겨진 요소들과 즉사 요소. 그리고 클리어 랭크.

게임이 지나치게 단순 해 질 수 있는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퍼즐적인 면을 구성 했는데 그게 좋지가 않다.

예컨데 숨겨진 아이템을 찾아 내는 것은 오로지 X와 Y축 공간에서 찾아야 하는데 어지간 해선 찾기가 어렵다. 여기서 1차 짜증. 초반에는 찾아 내면 그만인데 중후반부터는 돈 주는 상자가 같이 숨겨져 있어서 숨겨진 공간을 찾기가 더 빡친다. 대부분이 저놈의 상자가 숨겨져 있는 곳인지라 좀 찾았다 싶으면 아니라서 2차 짜증이 난다.

또한 스테이지가 중후반 부터는 즉사 구간. 낙사나 용암 등 즉사와 데미지 구간이 섞여 있어서 전투 이외의 부분에서 짜증이 나는데 여기에 숨겨진 요소도 들어가 있으니 3차,4차 짜증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열나게 전투 외적인 요소로 시간이 걸리고 죽어가면서 랭크 떨어지면 기분이 나빠져서 5차 짜증으로 이어진다.


깔끔하고 호쾌한 액션이 아니라 조잡난잡하고 귀찮은 액션 구간을 덕지 덕지 발라 놓은게 안타깝다. 게임을 하다 보면 내가 열심히 싸우다 죽어서 어쩔수 없지만 재시도 한다 라는게 아니라 그냥 이런 저런 귀찮은 요소들로 죽고, 재시작 구간으로 다시 반복해야 할 액션이 너무 지루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점이 나쁘다.


더군다나 꽤 좋은 요소들을 지니면서도 제대로 살려내지 못 한 점이 아쉽다. 등장하는 메카들을 써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서바이벌 모드와 대전 모드 뿐인데 둘 다 어떻게든 플레이 타임을 늘리려는 듯 반복적인 요소인 파밍과 포인트 노가다들로 쑤셔 넣었다. 게다가 구매 DLC로 등장하는 메카는 또 왜 서바이벌 모드에 없는지 모르겠다. 돈이 아깝긴 해도 DLC로 구매한 대전모드 한정 로봇이 서바이벌 모드에도 있다면 그나마 감안 하려 했는데 이건 또 왜 대전용으로는 가능하게 넣어 놓고서 서바이벌 모드에 없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케이드 모드는 넣는다고 공약 해 놓고 아직도 없는데 올해 1월에 서바이벌 모드가 들어간 거 보면 얘네들 개발 기간이 너무 늘어지는 듯 싶다. 그렇게까지 오래 걸릴 일이 있나? 이미 만들어 놓은 것들인데?


게다가 게임상 등장하는 필살기의 어택이 딱 두 종류에 불과 한 것이 너무 밋밋하다. 클리어 하면 하나 더 추가 되기는 하는데 스토리 모드 자체가 여러 종류의 기체를 써 먹는다거나 하는 즐거움이 전혀 없는 관계로 단순히 했던 짓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여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드니까. 그리고 파츠도 사격,근접,체력,내성 증가 말고는 다른 것이 별로 없어서 다양한 파츠로 달라지는 플레이를 즐길 일도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인디 게임이 의외로 이런 점에서 참 아쉬운게 리버시티걸즈도 그랬지만 인디 게임이라고 해서 막 엄청나게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이런게 없다. 그냥 기본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벅찬건지 그나마 게임 구실이나 하면 다행인게 인디게임이다. 그래도 고스트1.0 만든 게임 제작자는 그럭저럭 괜찮게 만들어 놓긴 하는데..


슈퍼로봇대전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차라리 이런 그래픽으로 슈퍼로봇대전 내지는 SD건담 G제네가 사이드 스크롤 타입 게임으로 나와 주면 좋을것 같다. 기껏 만들어 놓은 로봇도 잘 못 쓰는데 차라리 로봇이라도 잘 쓰는 회사에서 게임 만드는게 더 나을거 같으니까.


게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정도. 스토리 모드는 걍 계륵 수준이고 다른 요소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별 의미없고, 클리어 자금도 넉넉하니 사격계 데미지 파츠 위주로만 개발하면 돈 부족 할 일이 없다. 그러니 스토리 모드 따위 후딱 깨고 그냥 서바이벌 모드나 하는게 나을듯. 아케이드 모드가 나오면 완성도에 따라서 더 높게 평가를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DLC로 팔아 먹은 그 여성형 메카를 서바이벌에도 못 쓰는데 아케이드에서 쓰게 해 줄리가...


70~80점 사이 정도. 스스로 이뤄 낼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도 그 가능성 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 한 주제에 DLC는 팔아먹고, 그 DLC마저도 제대로 못 써 먹게 만들어 놓으니 좋을리가 없다. DLC 빼고, 스토리 모드 빼고, 서바이벌 모드로 적당히 로봇물 즐긴다면 나쁘진 않다. 그런데 난 이게 오랜만의 메카물이라고 해서 후한 점수 따위 줄 생각은 없으니까. 차라리 메카물로 따진다면 쩔게 멋있는 로봇과 세계관을 짜야 하는데 로봇은 몇개 안 되고, 세계관은 스토리 모드의 무게감이 빈약하고, 서바이벌 모드는 세계관이 의미가 없고. 차라리 서바이벌 모드에 비장한 스토리를 양념만 쳤어도 좀 나았을거다.


차라리 슈로대나 건담류가 이런 형식으로 나왔더라면 몰라. 그나마 캐릭터빨로 좀 더 점수 올라 가겠지. 근데 반다이는 하청을 너무 줘대니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리도 만무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