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8일 일요일

소닉 포스 감상



그럭저럭 할 만한 게임.


이 게임이 워낙에 평이 안 좋아 이번달 PS PLUS는 쓰레기인 소닉 포스와 갓겜인 완다와 거상을 줬다 라는 말이 많은데, 오히려 내 경우에는 완다와 거상이 못 해 먹을 게임이고, 소닉 포스가 그럭저럭 할 만했다.

 진짜 신기한게 내가 분명 PS2시절에는 완다와 거상을 다 깨고 타임어택까지 플레이 한 기억이 나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이게 그때 했던 느낌이...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말 조작은 존나 거지같고, 대체 왜 활 겨누는건 R2가 아닌 R1인지, 그래픽도 깔끔해지긴 했는데 PS2시절 투박하지만 거칠고 강한 느낌에서 너무 깔끔해진 것이 더 와 닿지가 않는다. 다른건 몰라도 말 조작감만 좋았으면 해 보겠는데 당췌 이걸 내가 어떻게 해낸건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거지같다.

그래도 예전에 했던 완다와 거상 기억으로는 거상과의 전투가 존나 쫄깃했던건 기억이 나는 관계로 언젠가 다시 잡아 보긴 해야 하는데, 영 엄두가 안 나는게 슬프다.

암튼 소닉 포스 이야기로 와서 이 게임이 쓰레기다 쓰레기다 하는데 난 개인적으로는 쓰레기 급까진 아니었다.


일단 스토리가 엉성하다 라는 점에서 나는 소닉 팬도 아니어서 기존 작들 스토리가 어떻게 되어 먹었는가는 전혀 관심 없다. 이전 스토리 라인을 타든 말든 그건 내 기준에선 하등 쓸모 없다. 그런 관계로 소닉 포스만의 스토리가 이전 작품을 얼마나 위배 했는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엉성한건 좀 많이 드러난다. 예컨데 새로운 캐릭터인 인피니트라고 하는 녀석의 파트가 가장 허술한데, 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에그맨에게 묶여 있는 이유를 설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왜 싸우고 있는거지? 를 제대로 설명 해 내지 못 한다.

그러나 그런 점 역시 사실 소닉팬이 아닌 입장에선 별 상관 없다. 그동안 소닉 시리즈가 줄기차게 나왔지만 어째서 에그맨은 세상 정복을 하려 하는가도 제대로 설명이 안 되지 않는가. 이건 뭐 소닉팬들이 더 신경써야 할 문제인데 말이지. 그리고 소닉 팬 아닌 입장에서는 그딴 거 보다는 우정 파워로 이겼어 이따구로 나가는 전형적인 일본식 인연우정사랑정의 이딴거나 읊조리는게 더 거지같을 뿐이다.

세계정복이 그냥 에그맨이 인피니트와 팬텀 루비의 힘을 이용해서 세계를 정복하는데 성공했다더라로 넘어가긴 하는데 설명이 미흡하긴 하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그야 게임을 하다 보면 갑자기 에그맨의 부대가 증가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식으로 정복 했겠지. 설명이 부족 한 것 뿐이지 개연성이 부족한 것은 아니어서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렇긴 해도 기본적인 골격에 있어서 별로 문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픽은 좀 아쉬운게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내세운 것 때문인지 캐릭터 텍스쳐가 좀 구리다. 배경 그래픽과 텍스쳐는 나쁘지 않은 편인데 어째서 캐릭터 텍스쳐는 구린지 참... 캐릭터 텍스쳐만 좀 더 좋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사운드는 보컬곡이 듣기 싫었고, 그냥 BGM이 가장 나았다. 양놈들 기준의 노래라서 내 취향도 아닌데다가, 보컬 노래 하는것이 딱히 흥겹지도 않은터라 오히려 보컬곡만 나오면 텐션이 다운이 되어 버린다.



일단 내 기준에서 소닉 포스가 좋았던 점은


1.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소닉의 세계관, 캐릭터에 그다지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 입장에선 캐릭터를 한트럭 들이대도 그냥 시큰둥하다. 그런데 내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꾸민다고 하면 그건 재밌으니 몰입이 된다.

개인적으로 테일즈의 여우도 구현을 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없는건 아쉽다. 새 보다는 그냥 여우를 넣어 주는게 좋지 않나?


2. 지나치게 빠르지 않은 속도감

소닉 게임의 중점은 속도감이지만 그 속도감이 너무 빨라서 제대로 플레이 하지 못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중 한명이 바로 나같은 사람이다. 난 소닉에 대한 추억이 소닉 더 헤지혹2와 소닉 3D블래스트, 휴대용의 소닉 어드벤처 정도 뿐이고 그 중 엔딩을 본게... 아마 그때 진짜 미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냥 가지고 있던 게임을 깨는게 인생의 목표였던 국딩 시절이었으니 가능한 것이겠지만 소닉 더 헤지혹2 말고는 엔딩을 본게 없고, 그마저도 기억이 엄청 희박하며 안 좋은 기억 밖에 없다.


내 입장에서 엔딩을 보기도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은 전혀 좋은 점수를 주지 못 하는데 그런 점에서 사실 몬스터 헌터도 좋은 점수를 주진 않는 편이다. 엔딩도 없지만 난이도도 개떡같으니까.

그런데 소닉 포스는 그동안 멀리 해 왔던 소닉 시리즈에서 내가 엔딩을 보게 만든 게임이 되었다. 일단 목숨제가 없어지고 컨티뉴를 몇번이든 할 수 있다보니 몇백번 죽는다 하더라도 계속 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엔딩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스테이지 선택 구성이다 보니 어렵다 하더라도 내가 힘들어 하는건 대충 깨고 피할 수 있고, 내가 괜찮다 싶은건 또 다시 하기도 좋은 그런 구성인게 좋다.

더군다나 스피드감이 떨어졌다고 이야기는 하는데 내 기준에서 이게 스피드감이 떨어졌다고? 라는 반문이 나올 정도로 스피드감이 적절하게 좋다. 빠른것도 빠른것이지만 빠르게 표현하는 것이 잘 되어 있고, 빠르더라도 내가 보고 판단 할 수 있어야 즐거움을 느끼기 마련인데 소닉 포스는 그 점에서 좋다. 그렇긴 하더라도 여전히 너무 빠르거나 휙휙 돌아가는 구간은 어렵긴 하다. 그나마 기존 소닉 시리즈 보다는 나한테 있어서 좀 적절한 수준이 된 정도.

눈으로 쫓지 못 할 정도로 빠른 것에 대해 나는 별로 감흥이 없다. 공격을 하더라도 내가 인지하는 범위 내에서 공격이 오고 들어가고 해야지 전혀 인지를 못 하는 상황에서 공격이 오고 가 봐야 뭔 느낌이겠는가. 그래서 나는 격겜도 리듬겜도 지나치게 빠른 녀석은 전혀 관심이 안 가니 소닉 포스 정도면 적당한 편인거다.


3. 기존 소닉, 클래식 소닉, 플레이어 아바타의 적절한 구성

플레이어 아바타의 공격 방식이 너무 편해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것이 소닉의 공격 범위가 너무 짧고 까다로운 터라 적이 많이 등장하는 구간에서는 그냥 부담만 된다. 그런데 플레이어 아바타가 가지고 있는 위스프라고 하는 무기는 범위도 넓고 다 한방에 처리가 되고, 공격 방식도 다양하여 내가 원하는 공격 방식을 선택 할 수가 있으니 너무 좋다.

그렇다고 플레이어 아바타만 플레이 하면 너무 단조로우니 몇가지 방식을 섞는데 클래식 소닉이나 모던 소닉이라고 기존 소닉인지 최근 소닉인지 방식이 있는데, 일단 기존 소닉은 부스트 게이지로 빨라지는게 괜찮고, 클래식 소닉은 과거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그리 나쁘진 않으나, 솔직히 내 입장에선 클래식 소닉은 그냥 짜증만 나는 플레이 구성인지라 그렇게 좋진 않다. 불편하고 답답하고 미끄러지고 조작이 힘들고 너무 약하고 스핀 대쉬는 추가 조작에 유지도 불편, 컨트롤도 불편 등등.. 클래식 소닉만큼 거부감이 드는 것이 없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게끔 적당히 섞어 줬던 것은 괜찮다. 플레이 캐릭터에 테일즈도 넣어 주거나 여우 캐릭터 아바타가 가능하게 해 줬더라면 좋았겠지만..


4. 적당한 플레이 타임

오늘 플레이 해서 바로 엔딩을 볼 정도로 대략 3~5시간 했나? 싶은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열혈외전 리버시티 걸즈도 그 정도 플레이 타임이었는데 리버시티 걸즈가 너무 내실이 없어서 클리어 하면 더 할게 없다고 생각되는 반면 이 녀석은 꾸준히 도전과제나 S랭크, 미션등을 클리어 하면서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수집 할 수 있으니 엔딩 본 뒤로도 계속 플레이 할 이유가 있다보니 적당하다고 느껴진다.



팬 입장에서는 이 게임이 구리다 쓰레기다 라고 하는데, 팬이 아닌 입장에서 적당히 소닉이라고 하는 것만 알고 별로 큰 애착이 없으면 그럭저럭 할 만 하다. 오히려 너무 세세하게 들어가지 않는 점이 더 편하다. 예컨데 팬들이 오메가가 나와서는 그냥 뚝딱 고쳐졌네 근데 왜 원샷 받냐 보스들 모아 놓고 보스전 왜 쪼끔이냐 카오스랑 섀도우는 뭐하고 있냐 테일즈는 왜 캐붕됐냐 실버는 왜 근접전만 쳐 하고 있냐 이런 소리를 늘어 봐야 나같이 소닉 앤 너클즈 이후로 캐릭터 정보가 갱신이 안 된 팬이 아닌 내 입장에서는


그게 다 뭔소린데

뿐이다. 오히려 이걸 세세하게 들고 가 봐야 아 그렇구나 라고 이해하기 보다는 이딴거 이야기 하지 말고 그냥 게임이나 진행해 라고 불만을 가질 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 게임 엔딩롤 스킵 안 된다. 존나 거지같다. 엔딩 스탭롤은 더럽게 긴데 왜 스킵을 못 하게 하지. 오히려 이렇게 캐릭터를 많이 꺼내 놓으면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초점을 못 맞추기 마련인지라 적당히 끊어주는게 되려 낫다. 팬 입장에선 하나 하나 다 이야기 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팬이 아닌 입장에선 모르는 놈들은 대충 넘어 가 주길 바랄 뿐이니까.


메타 스코어나 평론가 평점을 보면 10점 만점에 5.6인데 그건 너무 팬심에 치우쳐진 평가라 전반적인 관점에서 보기에는 지나치게 박하고 유저 평점인 7점이 그나마 균형적인듯 싶다. 내 느낌도 이건 75점 정도니까.


어떻게 보면 평론가라고 하는 것들이 점수 내리는게 유저가 점수 주는 거 보다도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객관적이지 못 한 것 같아. 지들 기분에 따라 가장 중요한 재미는 논외로 치고 그 외의 요소들에 지나치게 매몰되곤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