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5일 목요일

일 이야기2

여전히 코로나 관련

1. 가장 계급 높은 사람은 마스크 잘 쓰는데 그 아래로 계급 높은 사람 둘이 마스크를 안 쓴다. 현재 내가 일하는 곳에서 마스크 안 쓰는 단 두명이 그 둘이라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 쓰라고도 안 하고. 정확히는 못 하고, 심지어 코로나 관련 봉사 온 각 아파트 통장 분 중 한분이 왜 마스크 안 쓰냐고 하니까 하는 말이 가관.

그거 쓴다고 안 걸릴거 같으면 이 고생 안 하지. 걸릴 사람 걸리고 안 걸릴 사람은 안 걸리는데


라고.

누가 확 쎄게 민원 좀 넣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심지어 지금 여기서 큰 기침을 하는 사람이 그 둘인데, 앞과 옆으로 이미 두 사람 더 옮아서 기침을 하고 있다. 아니 근데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으면 최소한 그거 때문이라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거 아냐? 그런데도 여전히 마스크를 안 쓰고 있다.

제발 진상은 민원 정도면 족하다. 내부의 적은 필요 없다.


2.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지금 몇주째 마스크를 쓰느라 귀가 심하게 아프다. 마스크 끈을 걸치는 부위가 빨간 정도가 아니라 약간 상처가 난 듯한 변색이 될 정도다.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는 안 되겠지.


3. 이 업무의 문제점 중 하나는 나에게 아무런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전화를 내가 받고 있는데 정작 소독기 대여나 손소독제나 마스크나 기타 등등 여러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서 나에게 일절 안 알려 준다.

내가 일하는 공간에다가 짐을 마구잡이로 쌓아놓을때부터 느끼긴 했지만 지금 일하는 이 곳은 내 일 아니면 상관 없다는 주의가 강한 주제에, 정작 자기들이 귀찮아지기 시작하면 나한테 와서 그제서야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다 만다.

뭐 그래봐야 내가 욕먹겠냐. 나야 여기서 잠시 일하다 가는 입장인데 장기적으로는 니들이 욕먹겠지.

어차피 대부분의 공공근로 업무는 다 이 모양이긴 하지만. 뭘 제대로 알려주는 법이 없다.

그리고 사실 나도 내 일 아니면 어지간해선 끼어들지도 않는 편이긴 하지만. 피차일반이려나.


4. 이건 좀 곁다리로 인터넷 보면 마스크를 동사무소에서 팔게 하면 되지 않느냐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오는데


동사무소가 개인정보 열람이 쉬워서 본인 확인이 용이하다 한들 그게 능사가 되진 못 한다. 이건 대단히 멍청한 소리라서 개인적으로 좀 지적 하고 싶어서 이야기 하는 부분이다.

일단 첫째로 집단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동사무소가 그렇게 넓은 곳도 아닌데 그곳에 사람이 몰리면 감당을 못 한다. 애초에 동사무소가 사람이 가득 할 때 그것을 통제가 가능하게끔 건물 구조가 되어 있지도 못 하다.

둘째로 집단 감염의 위험에서 직원들이 감염되면 그 사람들은 꾸준히 민원을 봐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 동네는 거의 90%에 가깝게 전파위험이 있다는 소리나 다름 없다. 동 안의 민원들이 마스크 사러 오고, 서류 업무 보러 오고 그러다 보니 다 옮네? 이런 상황이 된다.


셋째로 동사무소는 기본적인 민원만 해도 매일매일 사람이 끊임이 없다. 근데 마스크를 배부하느라 전직원 출동 해 버리면 기본적인 민원 응대부터가 감당이 안 되게 된다. 물론 전 직원이 전부 등초본이나 인감증명서 같은 서류 발부 업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마스크 배부 업무를 볼 사람의 업무가 정지 되어 버리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통반장들이 와서 봉사활동을 한다 한들 자발적인 참여를 바래야지 강제적으로 강요 할 수도 없고, 그 사람들이 일을 잘 할 거란 보장도 적다. 이건 내가 잘 알고 있는게 사실 동사무소는 통반장들에게 업무 도움을 많이 요청하곤 한다. 대표적인게 주거사실 조사 같은거. 그런데 이거 설명을 해도 잘 못 알아 들어서 항상 틀리게 해 오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이 분들은 5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지금 코로나가 고령층에서 위험한 상황인데 이 사람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해 달라고?


차라리 그럴거면 지금 취업을 못 하는 젊은이들을 한시적으로 고용해서 쓰는게 더 낫다.

게다가 본인확인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컴퓨터로 확인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고령층에겐 무리다. 당연히 컴퓨터로 본인 확인 업무를 담당하는 주사를 필요로 한다. 공익이 할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사무소는 사람이 부족해서 제증명 및 팩스업무 쪽은 다 공익이 한다. 결국 업무 마비는 기정 사실이나 다름 없다.


넷째로 동사무소의 업무 시간은 9시부터 6시까지다. 만약 마스크를 팔려고 한다면. 그 이상도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그 전에 매진되긴 하겠지만 가능성만 보자면 동사무소의 업무 시간은 사실 직장인에게 그다지 편한 구조가 아니다. 실제로도 민원들 불만 중 대다수는 안 그래도 바쁜 시간 쪼개서 나왔는데 뺑뺑이 시킨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 불만들 다 감당하려면 공무원 업무시간도 더 늘어나야 하는데 감당이 안 된다. 공무원 1명이 감당해야 할 수가 늘어날 수록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부담이 늘어나고 문제가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다섯째로 동사무소는 의외로 동 중심에 위치 해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기가 일하는 곳이나 사는 곳에서 가까운 동사무소를 이용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동사무소가 가까운 사람도 있겠지만 이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멀리 있는 사람들도 많다.

여섯째로 동사무소는 대체로 물건을 둘 곳이 없다. 서류창고는 기본적으로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고, 다른 물건 창고도 대부분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게다가 고작 하루 100장 정도만 올거면야 창고는 필요 없으니 감당이야 쉽겠지만 그럴거면 굳이 동사무소에서 팔게 할 이유도 없다. 고작 그 정도. 한명당 두장씩 50명 한정으로 할 거면  동사무소에 밀려 올 인파 수를 생각하면 행정력 낭비요 민원 불만만 넘쳐 날 뿐이다.


물론 지금도 여러 약국들의 고충이 심하긴 하다. 그런데 이걸 동사무소로 집결 시켜 놔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다. 약국 네다섯 내지는 열곳에서 발생할 문제와 민원이 한곳으로 모일 뿐이니까. 그리고 감염 위험도 증폭 될 것이고. 동사무소 소독한다고 1일 폐쇄 한다고 생각 해 봐라. 그럼 민원이 얼마나 쌓이고 밀릴것인지 상상도 안 가겠지. 그리고 지금 병동에 확진자 감당도 못 해서 자가격리로 그치는 중인데 자가격리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는거 생각하면 동사무소는 그런 사람들 역시 한곳에 모아놓는 것 밖에 안 된다.


DUR 시스템을 마련하고 지금은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겠다고는 하는데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늦어도 너무 늦어서 이 모양이다. 대만이 하던 걸 빨리 본받아서 따라서 했어야 했는데 지금 정부는 행동이 느려도 너무 늦다. 물론 아예 안 하는 곳 보다는 낫긴 하다. 그런데 이게 최선이라기 보다는 그나마 차악에 가깝다는게 더 말이 될 것이다. 마스크를 통제 하려 했으면 마스크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도 동시에 관리를 하려 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하니 지금 온갖 곳에서 도둑놈들 사기꾼 놈들이 판을 치는 거고, 이에 생각이 못 미치는 것은 정부가 그만큼 생각이 없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무능한 놈들 밖에 없다거나.

분명 이 정부는 박근혜도 때려 잡고 이명박도 때려 잡으려 했으니 성선설 같은 헛소리를 씨부릴 정신머리는 아닐텐데도 왜 이렇게 느긋하게 아무 생각이 없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을 악용하려는 나쁜 놈들이 있을거라는 건 생각은 해도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놈인지는 상상도 못 하는 건가? 중국에 대한 태도도 너무 태평하고 말이지.


아무튼 제발 무사히 빨리 잘 끝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하락세랍시고 방심 좀 하지 말고.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