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8일 화요일

추방선거 감상











결론부터 말하자면 뭘 만들고 싶었는지 알 수 없는 게임



물론 짐작가는 부분은 있다. 9명의 캐릭터에 대입하여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공방을 펼치는 그런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을 것. 같지만.

문제는 게임이 너무 허접하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 게임은 앨리스라는 토끼모양 로봇이 제어하는 세계관 속에서 서로 추방하기 위해 논쟁을 벌이는 그런 게임이다.

다만 게임의 스토리상 주인공. 플레이어 캐릭터가 어떠한 이유로 인해 모든 추방 선거의 도전자의 입장에 처하게 되고, 상대를 고르는 선택의 자유가 존재한다. 이에 선택되어진 상대는 해당 주제에 대해 찬반을 먼저 고를 수 있고, 주인공은 무조건 상대의 반대편 의견을 주장하며 승리해야 한다.

그럴싸 하지만 어차피 게임상에서 정해진 대로 가는 것 뿐이라 플레이어가 뭘 선택하는 자유 따윈 없다. 각 캐릭터별 토론 주제는 정해져 있고, 플레이어의 입장도 정해져 있다. 그럼 이 토론에서 변화의 요소는 무엇인가? 없다. 토론은 그럴싸 한가? 아니다.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요소가 그냥 답정너 꼬투리 잡기이기 때문에 아무런 감흥이 없다.


예를 들자면 어떤 캐릭터와 추방선거를 진행시 제시되는 주제가 독심술, 즉 상대의 마음을 읽는게 가능 해 질때 그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고, 상대편은 하는게 좋다 라는 것을 주장하고, 플레이어는 하는게 나쁘다는 것을 주장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거의 다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럼 그걸 논리적으로, 이러이러해서 나쁘다 라는 것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대부분은 정답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주제이다 보니 승리하기 위해서 하는 짓거리가 상대의 꼬투리를 잡아 주제와는 상관없이 상대방의 사적욕망을 끌어내어 인신공격하는 짓거리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투표하는 사람들이 아 저새끼 극혐 이러면서 반대쪽으로 가게 하는게 승리하는 방법이고.

대단히 멍청한 방법이다. 주제는 그럴싸하게 뽑아 놓고, 그걸 사용하는 방법이 매우 허접하다.

더더군다나 선택지 조차도 매우 허접하게 키워드로만 뽑아 놔서 이것만 가지고는 반론시 뭘 말할지를 유추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시간제한도 5초로 제한을 해 놨기 때문에 선택지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진행될지를 심사숙고 할 수가 없다. 대체 뭔 생각이야? 덕분에 그냥 아무거나 내지르고 실패해서 컨티뉴하는게 다반사다.

대충 머리는 굴려가지고 선거가 몇번을 반복하든 누굴 언제 떨어뜨리든 상관없이 진행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으면서 그걸 풀어나가는 방법이 매우 허접하다.



차라리 각각의 투표자들의 캐릭터성에 기반하여,  해당 주제에 대한 이점과 단점을 부각하여 투표자들 성향에 따라 끌어 올 수 있도록, 즉 정말 선거처럼 두 후보가 하는 행동이 유권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 모으기 위해 장단점을 설파하는 것이었더라면 그럴싸 했을 것이다. 그러면 아 저쪽을 끌어 오기 위해 나는 이 키워드를 내야 하겠구나 아니면 쟤를 그냥 저쪽에 보내버려서 자폭하게 만들기 위해 이 키워드를 꺼낼까 하는 그런게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상대방을 인신공격으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식으로 표를 모으는 전개를 했기에 깊이가 없다. 그것도 똑같은 방식으로 9번을 하니 이젠 주제가 뭐가 나오든 어차피 인신공격 할거잖아 하면서 흥미가 안 생긴다.


게다가 게임상에서 투표자와 후보가 누가 누군지를 모르게 한다고는 쳐도 그걸 보는 플레이어도 알기 어렵게 만드는건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투표 중간중간 아이콘과 일러스트가 나오기에 누가 누군지는 그때는 알 수 있지만 그걸 죄다 기억하면서 진행하진 않기에 대단히 좀 짜증난다.



두번째로 스토리도 문제다.

플레이어의 분신인 주인공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복수심이 이게 와닿지가 않는다.

복수를 하는 것 보다 차라리 지켜야 하는 입장을 부각시켰더라면 절박함이 더 드러났을텐데, 지키는 것이 아닌 무너뜨리는 것이 되기 때문에 절박함 자체는 그다지 없다. 그런데 여기서 그 복수의 이유와 전개도 문제다.

복수의 이유는 일단 설명을 해야 하니까. 그리고 어차피 게임을 진행하면 초반에 바로 나오니까 설명하자면 주인공의 여동생이 추방선거의 첫 희생자였고, 나머지 9명이 선거의 투표로 동생을 죽이는데 투표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동생의 복수를 하겠다고 나머지 9명을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하는건데, 문제는 이 기억을 오로지 주인공만 떠올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기억 조작을 당해서 아무런 기억도 없다.

최소한 복수를 그럴싸하게 성립하게 하려면 복수의 대상이 자신이 죽는 이유를 깨닫고 반성을 하던지 반발을 하던지 뭔가 리액션이 있어야 하는데, 기억이 없으니까 쟤가 날 왜 공격하지? 라는 의문만 있고, 그냥 추방을 하는게 전부다. 9명 죄다 기억이 없어서 그렇게 끝이 나니 이건 뭐 복수를 했다 라는 성취감 조차 없다.

더군다나 이 게임의 그나마 장점이라면 공격 대상을 선택 할 수 있다 라는 건데, 문제는 이걸 그룹 단위로 나눠놔서 그룹에 속하는 대상을 선택하면 그룹의 다른 대상을 연달아 선택해야 한다. 뭔가 자유도가 있는 척 하면서도 허접하다.

더더군다나 그래놓고. 복수를 테마로 삼아 놓고. 트루엔딩으로 가면 어이없게 뒤집는다. 스포일러가 되니까 설명은 안 하겠지만, 이때까지 주인공이 알고 있었던게 사실은 전부 아니었다 이 지랄이다.



배경설정도 참... 눈꼽만큼도 납득이 안 간다. 인류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기반 스토리가 뭐 이따구야? 라는 느낌이고, 현재의 12명이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들도 개판이다. 스포일러때문에 말을 아끼긴 하는데 이건 진짜 기반 스토리와 배경 설정도 그렇고, 전개도 그렇고,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납득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쩔수 없는 인류의 멸망과 위기에 있어서 납득 할 수 있는 전개가 있어야 하는데 없고, 그렇다면 이 위기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에 있어서 납득 할 수 있는 전개가 있냐면 그것도 아니고, 모든 흑막을 파헤치고 결말로 가는데 있어서 흘러가는 이야기가 그럴싸 하냐면 아니고.


다 아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기반 흐름이 개판이면 그럼 캐릭터와 커뮤니케이션이라도 좀 괜찮아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애들이 추방된 애를 기억을 못 하니 누구랑 누구가 선거를 했는지 기억을 못 하고, 이에 따른 반응이 없다시피 하다. 몇가지 패턴은 있지. 그렇지만 그 패턴, 그 변화가 거의 무의미 할 정도로 변화를 못 준다.

차라리 추방 당한 사람이 누군지를 기억 할 수 있었으면 이야기 전개가 좀 더 쫄깃했을텐데 어정쩡한 선택 시스템을 유지하겠다고 애들이 죄다 반응이 무미건조해서 보는 맛이 없다. 이벤트? 그냥 만나서 서로 경계하고, 헤어지는게 대부분이다.

캐릭터성도 구리다. 적이 되는 9명의 캐릭터성 자체가 대단히 후지다. 이 캐릭터만이 줄 수 있는 그런 매력 같은게 없다. 게다가 게임의 또 다른 제약 요소인 누가 살인자인지를 밝히는 문제 때문에 과거를 털어놓지 못 하고, 그걸 카드로 열람해야 하다 보니 캐릭터의 내면에 깊이 들어가질 못 한다. 안 그래도 캐릭터성이 빈약한데 그걸 풀어가는 방식마저 구리다. 특히나 반응이 시원찮은 여자1, 병약남자 빠순이인 정신나간 초딩2명은 아무리 봐도 이걸 대체 뭔 생각으로 넣었는지 알 수 없는데다 같은 캐릭터가 둘이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캐릭터 슬롯 낭비다. 전체적으로 캐릭터가 구린데 그 구린 캐릭터마저 중복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불성실하다.


적 캐릭터도 구린데 아군 캐릭터도 구리다. 저 흰머리 캐릭터인 노리인가 노라인가 하는 애는 말을 못 하는 캐릭터라 시종일관 그냥 반응이 애새끼다. 갓난애 반응만 나오기 때문에 캐릭터성은 없다시피 하며 열렬하게 주인공을 따르는 여자 캐릭터는 수동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하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 때랑 놀이기구 타러 갈 때 말고는 정말 별 것도 없다.

게임상에서 살인,폭력을 금지하고 있기에 등장인물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대립이 없다. 따라서 선거 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파트는 정말 무미건조하다. 뭔놈의 제약에 제약이 넘쳐나서는 좀 그럴싸하게 풀어 나갈 수 있는 것들도 제약과 규칙에 의해서 다 막혀 있다. 정말 이게 재밌을거라고 생각했나? 심지어 주인공의 특수능력인 거짓말 파악하기는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있으나 이 거짓말 파악하는 능력이 정말로 크리티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없다. 그냥 좀 추리를 잘 하는 설정으로 돌려도 될 것을 거짓말 파악이라고 하고선 별 상관도 없는 부분도 거짓말을 하나 하나 간파하고 있으니 완전 설정 낭비다.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끌고 나가기 위한 장치가 전무하다. 오로지 추방선거를 통해서만 게임오버가 결정되기 때문에 그 중간의 과정들이 아무런 영향을 못 준다. 그러면 그 내용들이 좀 볼만하거나 재미가 있거나 해야 하는데 전부 기억상실이라 경계만 할 뿐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된다. 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었냐?

그래놓고 엔딩은 딸랑 두개. 베드엔딩과 트루엔딩 둘 뿐이고, 1회차때는 뭘 해도 베드엔딩이다. 베드엔딩을 보고 2회차때 선택지 하나로 루트가 갈려 트루엔딩을 가게 되며, 트루 엔딩의 결말은....하아.. 걍 이야기 하는걸 관둔다. 언급 할 가치 조차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진짜 텍스트 어드벤쳐류로 봤을때 정말 하등 몰입조차 안 되는데 설정도 매력적이지 못 하고 캐릭터도 엇나가고 쓸모없고 전개도 구리고, 결정적인 선거 파트는 엉성하고 도저히 장점을 찝어 줄래야 찝어 줄 수가 없는 허접한 게임이다.


그냥 설명하는 걸 포기한다. 그럴 의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