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8일 토요일

픽사의 루카 감상

 생각외로 많이 좋았던 영화.

어인의 그래픽이 좀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다보니 그 점에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인간 모습으로 활동하는 대회 준비중인 부분에서는 부담없이 볼수 있고 다시 어인 모숩으로 바뀌는 부분에서는 부담스럽고 그렇다.

더빙은 일본어 더빙이 가장 부드럽게 와 닿았는데 일본어 더빙 버전이 여러 부분에서 가장 무난했다. 한국어 더빙은 초반이 좀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어린 어인역의 루카와 알베르토, 특히 알베르토가 대사에 쫓기듯이 말하느라 자연스럽지 못 해 너무 연기티가 났다. 루카는 톤이 너무 튀고. 여자아이인 줄리아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국내 성우들 연기 실력이야 확실하니 그건 문제가 없는데 영화의 메인 주인공들이 아이들이다 보니 이야기 대부분의 내용이 이쪽 목소리와 연기에 의존해야 해서 안정적이지 않은게 아쉽다. 이 주역 세명만 빼면 오히려 그 외 캐릭터들 더빙은 일본어보다 한국어 더빙이 더 안정적이고 좋다.


영화의 이야기는 물 위 세계를 동경하는 루카와 알베르토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하루하루 지루하고 뻔하고 반복적인 일상속에서 알베르토와의 만남은 루카의 삶을 바꿔 놓는다. 온갖 종류의 지상의 물건들 속에서 두 아이의 마음을 끈 것은 스쿠터인 베스파. 둘은 베스파를 직접 만들면서도 내내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베스파를 갖고 싶다는 꿈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알베르토와의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부모에게 들키게 되었고 루카가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 심해로 보내려고 하는 것을 루카는 거부하고 알베르토의 제안으로 인간의 마을로 숨어든다. 인간의 마을에서 베스파를 본 둘은 대회 상금으로 베스파를 살수도 있다는 말에 대회에 출전하기 위하여 줄리아와 한팀을 이루게 된다.


루카의 이야기는 심플하다. 참가를 위해 돈을 마련하고 대회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대회 당일 갈라진 관계속에서 고군분투하다가 관계를 봉합하고 노력끝에 빛을 본다.

심플하고 뻔한 이야기를 잘 살려낸 부분은 알베르토의 캐릭터성이다. 소극적인 루카는 알베르토와의 만남을 통해 작중 내내 알베르토에게 끌려다니지만 점차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루카는 도전을 통해 조금씩 성장을 하고 적극적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이 변화는 알베르토에게 위기를 가져오는데 가족인 아버지가 떠나고 오랜 시간동안 혼자 지내던 알베르토에게 찾아온 루카는 가족,동생,친구의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알베르토는 멘토인 리더의 롤을 자처한다. 그러나 알베르토는 줄리아의 만남 이후로 조금씩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부정당하는 것을 민감하게 여긴다. 결국 루카와 알베르토와의 관계는 갈라지고 이 관계는 대회 당일까지도 회복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캐릭터성이 좋다고 느낀 것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부분이다.

알베르토는 리더의 롤을 고수하기 위해 루카가 더는 관계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길 바란다. 루카가 없으면 알베르토는 다시 혼자가 되고 리더의 롤도 의미가 없게 되어 버린다. 그러나 그 행동은 결국 루카를 억압하던 부모와 같은 행동이 되어 버린다. 루카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공통의 목표를 강요하게 된다.

루카는 그런 알베르토를 외면하고 타인처럼 선을 그으면서 알베르토에게 다시금 혼자 남겨지는 상실감을 안겨주게 된다. 그리고 루카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알베르토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대회에 참가한다.

그리고 루카가 위기에 처한 순간 알베르토는 루카를 돕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루카를 곤란하게 만들고 루카에게 외면당하게 만든 행동은 이제는 루카를 지키기 위한 것이 된다. 그런 알베르토의 행동을 통해 루카 역시 알베르토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극복하고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준 루카에게 알베르토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대신 루카의 꿈을 이뤄준다.


이 영화의 제목은 루카이지만 이 영화의 큰 줄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알베르토다.

알베르토와의 만남을 통해 루카는 변화했고, 공통의 꿈을 가지고, 인간의 마을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런 루카에게 알베르토는 복잡한 마음이 긴장감을 조성하고 시련을 주며, 루카와 알베르토 둘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든다. 사건의 발단과 위기의 고조, 긴장, 해소, 승화,성장을 이 알베르토라는 캐릭터가 끌어내고 있다. 그래서 단점이 생기는데 그 외 다른 캐릭터가 해야 할 역할이 상당히 축소되어 있다는 점이다.

줄리아는 루카에게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며 알베르토와 갈라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만 실상 줄리아가 가진 문제는 그리 빛을 못 본다. 줄리아가 정신적으로 성장하지도 않고, 결정적인 해결책에 도움이 그리 안 된다. 분명 영화의 이야기를 대회까지 끌어올리는데는 줄리아의 도움이 크긴 했지만 그 기여도에 비하면 줄리아 자체의 이야기는 매끄럽게 풀리지 않는다.

또한 루카의 부모 역시 루카와 떨어지게 된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지도 않는다. 종종 모습을 보여서 도망쳐 나온 루카에게 긴장감을 부여하긴 하지만 정작 루카가 도망쳐 나오게 된 문제를 마지막에 몰아서 대충 해결하기에 문제의 발단 치고는 마무리가 허술하며 빈약하다.

바다괴물이라는 공포 역시 마을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에 비해 너무 쉽게 해결이 되어 버리는데 이야기의 대부분은 루카와 알베르토의 관계에 집중되어 그 외 부분들은 마무리에서 몰아서 대충 해결이란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재미있고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이 기분좋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