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이야기와 비슷한 농경체험 요소를 지닌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 농사+채집+요리+생산+전투+마법+육성 등의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목장이야기와 비교하자면 일단 농사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오로지 농사 말고는 딱히 컨텐츠랄것이 없는 목장이야기와 달리 이 게임의 농사는 일종의 덤과 같다. 스토리의 주 목적은 어스메이트인 주인공이 세르자위드라는 풍환룡을 돕기 위해 가던 중 습격을 받아 기억상실이 되고 우연찮게 세르자위드와는 만나게 되지만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 목적을 상기시키지 못 하고 생활하다가 우연찮게 세르자위드와 관련되어 있는 수호자들의 봉인을 풀어 세르자위드를 돕는 길로 가게 된다.
그 이상은 스포일러라서 넘어간다. 기본적인 골자는 전투->보스전->봉인해제->스토리진행->흑막과 전투 이런 식이다. 여기에 농사가 개입하는 요소는 거의 없다. 기본 컨텐츠는 전투이고 대부분의 육성 스킬들도 전투로 상승한다. 무기,방어구,악세서리 제작에도 농사로 인한 생산물은 거의 쓰이질 않는다. 군고구마 빼고. 오히려 진행을 위해서라면 맵에서 채굴하는 광석이 더 필요하다.
농사가 덤이라서, 혹은 농사 외에 해야 할 일이 많아서인지 농사 난이도는 상당히 낮고 쉽다. 내가 플레이한 목장이야기류 게임 중에서는 가장 쉬웠다. 겨울 외에 계절이 바뀐다고 작물이 못 자라는 경우도 없고, 1칸당 작물 생산량도 상당히 많은데다 계절 밭이라 해서 각 계절이 고정으로 되어 있는 필드도 그냥 제공이 되어 계절에 따라 작물을 관리하는 어려움도 거의 없다. 작물의 레벨 및 생육 시기의 조절도 토질에 관계되어 있는터라 작물에 끙끙댈 필요도 없는게 좋다. 높은 레벨의 작물 씨앗도 출하만 한다면 자동 등록이 되어 재보급에 무리가 없다. 테이밍한 몬스터에게 밭일을 맡길수도 있고 요리로 체력만 회복시키면 되어서, 목장이야기 시리즈의 코로보클보다도 더 좋다. 다만 농사는 이렇게 쉬운데 문제는 그 외부의 요소가 걸림돌이 된다. 예컨데 물뿌리개를 더 좋은걸 구하고 싶어도 생산스킬의 레벨+해당 광물의 재고 여부가 문제인데 생산 스킬 자체는 저급품 생산 노가다로 올린다 쳐도 광물은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진행한 맵 난이도에 따라 획득 할 수 있는게 정해져 있고 스토리 진행을 하지 않으면 당연히 얻지 못 한다. 그리고 스토리 진행을 하려면 충분히 강한 무기와 방어구가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농사는 장비 생산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에 이 두 컨텐츠, 농사와 전투는 분리되어 있다시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농사는 필요하다. 첫째는 돈. 이 게임에서 돈을 벌 방법은 거의 농사로만 가능하다. 정확히는 농사 생산물로 가공되는 요리로 돈을 번다. 그리고 두번째는 회복 아이템. RP라 불리는 모든 행동에 소모되는 포인트는 대부분 요리로 회복을 한다. 세번째는 호감도 아이템. NPC에게 선물 할 아이템들 다수는 요리로 쉽게 충당이 가능하다. 농생산물이 수확량도 많은데다 획득도 운에 맡기지 않기에 안정적으로 수급이 가능하기 때문.
하지만 단순히 메인스토리만 달릴거라면 별로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무기 자체는 맵에 있는 보물상자에서도 수급 가능하고, 회복템도 마찬가지에 스킬,마법도 보물상자로 얻기에 농사 컨텐츠 자체는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럼 이렇게 농사와 전투가 별개로 따로 놀면 농사가 의미가 없는게 아닌가 컨텐츠가 너무 빈약한게 아닌가 하겠지만 컨텐츠 자체는 상당히 풍족하다.
일단 농사 컨텐츠의 경우 생산물의 레벨을 올려 고레벨 작물을 만드는 것과 이 작물 4칸을 합쳐서 대형 작물을 만드는 것, 황금 작물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 작물을 키우는 + 대형작물을 만드는 것, 과일나무 키우기 등이 가능하며 생산물을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고, 낚시도 있다.
장비 생산은 검,양손검,둔기+도끼,권,지팡이,쌍검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무기를 생산 할 수 있으며, 장비를 강화하는 요소가 상당히 복잡하여 창같은 공격 범위의 쌍검이나 안 보이는 무기, 일격에 모든 상태이상을 거는 무기 등도 만들수 있고, 전투의 경우 각 카테고리 무기의 스킬레벨에 따라 사용 가능한 액션을 습득 가능하고(그래봐야 다 같은거긴 하지만), 그 전투의 대상인 몬스터는 테이밍이 가능하며, 보스 또한 가능한 몬스터가 있는데다 테이밍한 몬스터는 동료로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포켓몬처럼 육성도 된다.
몇몇 빼곤 그닥 도움은 안 되지만 마을 NPC들을 동료로 데리고 다닐수도 있고 장비를 선물하여 플레이어만큼 강하게 할 수도 있다. 목장이야기처럼 연애,결혼 시스템도 있고, 바지사장 같은 느낌이지만 왕자,공주 취급으로 마을을 개발하고 행사를 열고 목장과 기타 여러 요소들을 마음대로 주무를수가 있다.
던전도 기본 스토리상 등장하는 던전에 도전적 성격을 지니는 미궁,작물 던전도 있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점은 하루 하루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다양한 일상 이벤트와 회화 패턴 덕분에 매일 뻔한 모습에 지루해 할 일이 없다.
컨텐츠와 짜임새만 놓고 보면 참 좋은데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은 농사는 쉬운데 그 외의 것들이 마치 엔드컨텐츠를 기준으로 짠 것 처럼 빡빡하게 되어 있다. 일단 장비 생산의 경우 후반대에는 특정 아이템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무력의 사과로 폭풍이 부는 날에만 등장하는 적한테만 얻을수 있다. 근데 폭풍이 불면 작물이 날아간다.... 농사와 다른 컨텐츠가 따로 노는 이유 중 큰 문제가 이거다. 기껏 애써 키운 작물이 폭풍 때문에 날아가는데 그 폭풍이 없으면 획득하지 못 하는 아이템이 있어서 양립이 안 된다. 농사 컨텐츠를 종결짓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 키우는데 최소 60일 이상 걸리는 녀석들이 후반에는 즐비하기 때문에 대형작물도 달성하려면 폭풍으로 말아먹어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상점에서 출하한 작물과 같은 레벨의 작물을 구매가 가능하기에 나중에는 굳이 작물을 키워야 할 일도 없다.
던전의 길이도 문제다. 던전 길이의 문제라기 보다는 하루의 길이가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게임은 1초=게임내 1분의 길이를 지니기에 1분=1시간, 24분=1일이 된다. 문제는 후반부 던전의 길이가 거진 하루를 다 소모할 정도로 길다. 그냥 출구만 쫓아 달린다 쳐도 랜덤 생성에 맵이 없어서 헤매다 보면 하루를 넘기려고 하기에 그냥 복귀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고 이 하루의 길이를 늘려도 문제인게 24분=1일은 적당하지만 48분=1일은 길고, 목장이야기에 존재하는 시간 스킵 요소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차라리 던전을 진행 중일때는 시간진행 속도를 느리게 하던지 아예 시간이 안 가게 해 주면 좋을텐데 그러지 않다보니 던전 컨텐츠가 부담이 많이 가게 만든다.
마을 행사 이벤트도 즐기기 어렵게끔 빡빡한 난이도로 되어 있다. 초반 1년에는 그래도 몇번 재시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1등도 노려 볼만 하지만 2년차 이후부터는 대체 어떻게 하라는건지 알 수 없는 포인트를 요구하기에 마을 행사에 대한 참여 욕구를 팍팍 깎아 먹는다. 작물이나 몬스터 콘테스트야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강해지기에 난이도가 올라가는거야 그렇다 칠텐데 오히려 작물,몬스터 콘테스트 난이도는 바뀌지 않고, 액션 미니게임의 난이도가 올라가기만 한다.
별개로 아쉬운 점은 스토리인데 주인공이 잃어 버린 기억은 끝까지 플레이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주인공이 세르자위드에게 가려던 목적 자체는 알수 있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히 찝찝한 느낌이 남는다. 꼭 기억상실이란 요소를 쓰지 않더라도 목장을 경영하고 세르자위드를 도울 수 있을텐데 스토리를 어떻게든 수호자의 봉인을 풀어야 하는 쪽으로 끌어야 하는 바람에 쉽게 가려고 기억상실이란 무거운 소재를 아무렇지도 않게 쓴 느낌이다.
게임은 좋다. 잘 만들었고, 간만에 즐겁게 하긴 했으나 자잘한 단점이 아쉽다. 그래픽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인데 개발사가 능력이 없으면 어쩔수 없는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