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일 수요일

최근 책 감상

읽은지는 좀 되었는데 요즘 상당히 게을러져서...



화이트 래빗 -

이사카 고타로의 장편소설. 납치로 돈을 뜯는 조직에서 일을 하던 등장인물의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조직의 보스가 납치를 하여 조직의 돈을 들고 튄 사람을 제한시간내에 쫓기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내용의 소설.

그냥 초입부만 보아서는 상당한 스릴러풍의 긴박한 이야기일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반나절 될까 말까한 시간대를 두고 특수경찰, 납치범, 조직의 보스, 빈집털이범, 민간인 가족을 두고 시점이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숨겨두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늘어 놓기에 사실 하나의 사건을 자주 반복하여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작가가 심각하게 반복하여 늘어놓는 오리온자리 이야기는 후반에는 정말 신물이 날 정도. 뭔놈의 등장인물들이 다 하나같이 오리온자리에 얽혀 있고 그걸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반전에 뭔가 포인트를 두는 것 같지만 사실 반전이라는 느낌은 없다. 아! 그랬구나! 하는 반전의 느낌은 아니고, 뭔가 슬그머니 여기서부터 반전이라는 식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반전의 묘미 보다는 하나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과정을 즐기는데는 괜찮다.

 재미는 있었으나 그게 추리나 서스펜스 뭐 그런 쪽으로 재미가 있지는 않다. 나름 치밀하게구성하려는 한 듯 싶었으나 진압복과 방패를 가지고 다녔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지나치게 떨어지기에 이 부분이 등장하는 시점. 정확히는 사용된 시점에서부터 텐션이 좀 떨어졌다. 너무 억지 아냐? 싶었지.

별 5개 기준으로는 3개 정도.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별 5개 기준으로 1개 반 정도.

책에 대한 찬미를 읊는 소설.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함께 서점에서 지내왔지만 추운 겨울 할아버지가 돌아가심에 따라 환경이 변화하고 서점을 정리하며 결별을 고하려 하던 찰나 말을 하는 고양이가 책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이에 응하여 책에 대한 왜곡된 심성을 지닌 사람들을 설득하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책에 대해 뒤틀린 심성을 지닌 사람들은 컬렉터, 요약러, 팔리는 것만 생각하는 책장사. 그리고 라스트 보스가 따로 등장한다.

일단 이야기의 구조는 그다지 치밀하지도 않고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다. 말을 하는 고양이가 신기한것도 아니고, 그 고양이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 고양이가 책을 지키는 것과는 그닥 크게 연관점도 없다. 책을 지키는건 주인공이고, 워낙 왜곡된 심성의 등장인물들이 너무나도 현실감이 없게 몽환적으로 표현되기에 현실감도 없다. 책을 지켰다는 느낌도 없다. 그냥 당신이 잘못 되어 있어요 라는 식으로 계몽을 하려 하는 것이고 중요한 책이나 엄청나게 희귀한 책을 지키는 것도 아니고, 책보다는 사람의 생각을 고쳐 먹는데 중점을 두기에 책을 지킨다는 행위라고는 공감하기가 힘들다.

작가의 책 찬미가 너무 어설퍼서 책에 대한 찬양만 돋보일 뿐 이야기의 구성은 돋보이지 않는다. 이야기의 긴장감도 없을 뿐더러 등장하는 학교 동창 여자아이는 이야기의 구성에서 크게 결정적인 역을 맡는 것도 아니기에 구성 하나 하나가 평이...라기 보다는 그냥 무미하다.

일단 책으로서는 재미가 없다. 책에 대해 찬양하는 책이 재미가 없어서야....

벌꿀과 천둥 -

재능을 지닌 뮤지션들을 두고 둘러싼 콩쿠르 이야기. 글로서 음악을 표현하는 기교는 훌륭하다. 특히 악마적인 재능을 지닌 자가 보수적인 음악계를 건드린다는 전개는 상당히 몰입력 있는 장치로서 작용하기에 글을 끌어들이는 맛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걸 다 읽진 못 하고 중간까지만 읽었는데 살짝 아쉬운 점은 그 악마적인 재능을 지닌 아이는 이야기에서 좀 붕떠서 따로 노는 느낌이라 그 점만 아쉽다. 등장인물들이 다 하나 같이 주변인물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반면 그 특출난 재능의 아이만 이야기에서 가끔 등장했다 귀신처럼 사라지는 부분은 초입을 잘 끌어낸 소재에 비해 그다지 제대로 활용을 못 한 느낌이다. 신비감은 줄 수 있었겠지만 메인이라는 느낌은 들지 못 한달까.

5점 만점에 3.5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일본어로 나야미(고민)를 아나그램으로 바꾼 나미야 잡화점을 두고 특정한 날 시간을 뛰어넘은 고민 상담을 통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소설.

 시간을 건너 뛰는 구조를 통해 미래의 사람이 과거의 고민을 들어주고, 과거의 사람이 미래의 고민을 들어주는 구조는 매우 흥미롭다. 전개나 구성도 치밀해서 이런 좁은 공간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밀조밀 모여있게끔 구성한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라고 말하면 사실 5점 만점에 4점이나 4.5점 정도였겠으나

 정신적인 도움을 주는게 아니라 물질적인 소망. 고민을 담은 파트에서는 일본의 버블 경제를 이용하세요 라고 하는 부분에서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든다. 물론 미래에 사는 사람이 과거에 사는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자면 당연히 투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기라고 하는 것은 이득을 본 사람의 이면에는 손해를 본 사람이 존재하게 되고,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준 반면 누군가는 자살을 하고 싶게끔 극단으로 밀어넣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겠다고 버블 경제를 이용해 먹는다는 점에서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소재 설정은 상당히 불쾌한 면이 있다. 물론 이런 면에서 도덕적 책임감을 전혀 못 느끼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는 없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5점 만점에 3.5점이다. 잘 나가다가 그놈의 버블 경제를 이용해 먹는 부분에서 기분을 다 잡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