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옛날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인데,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비틀거리면서도 자꾸 술을 찾으시는거야.


그러다가 넘어져서는 허리를 다쳐서 못 일어나고, 누워 있어야 했고, 결국은 누운채로 똥을 질질 흘려야 했지. 근데 그러면서도 계속 술을 찾으셨거든.


난 원래 술과 담배를 안 해서 왜 그러시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자주 물어 봤어. 왜 자꾸 몸에도 안 좋은 술을 드시냐고.


그러자 할아버지가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지. "술이라도 있으니까 살 수 있는거라고"


오늘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알겠더라. 술을 마시니까 기분이 좋아져. 와. 세상에. 머리속에 있던 짜증이 그리 큰 일도 되지 않고, 기분이 업되서는 참 만사가 너그러워지고 말야. 될대로 되라가 되더라고. 내 평생 두번째 사서 마셔보는 술이야. 처음? 마시다가 버렸어. 도저히 못 마시겠어서. 원래 난 술을 못 마시거든.

 

근데도 할아버지는 술을 드실때마다 화를 냈어. 이렇게 기분 좋게 만드는 술을 드시면서도 화를 내시다니, 얼마나 화가 나셨던 걸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혼잣말이 많았거든. 뭔가 화가 난 듯이 혼자 중얼중얼거리셨어.  그러다가 어느 날 못 참겠는지 날 때리셨지. 내가 잘못을 하긴 했는데 맞을만큼 큰 잘못은 아니었어. 평소 늘 있었던 그런 류였지. 그런데 아빠가 조금 있다가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하셨어.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돌아가셨지. 근데 지금은 왜 그랬는지 알거 같아. 화가 그만큼 쌓였던거야. 그리고 혼잣말의 횟수 만큼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안 들어 준거지. 나한테 화풀이를 하긴 했는데 곧바로 잘못 했다고 생각을 하신거고. 그만큼 쌓였어. 아버지는.


지금은 나도 알거 같아요. 나도 지금 도저히 자제가 안 될 정도로 혼잣말이 늘었거든요. 죽을거 같아요. 할머니 때문에.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할머니 때문에 힘드셨는데 지금은 제 차례가 되었네요. 근데요. 할아버지. 당신은 자식농사 실패하셨어요. 당신들 자식은 전부 이기주의자들이에요. 자기 일 아니니까요 신경도 안 써요. 관심도 안 가져요. 아 물론 저도 그랬죠. 제가 할아버지가 사탕 드시고 싶다고 했을때 사탕만 드시면 당뇨 걸려요 다른거 드세요 라고 했잖아요. 근데 할아버지는 이러셨죠. "이도 없어서 씹을수가 없는데 사탕 말고 먹을게 뭐가 있느냐" 죄송합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귀찮아 했잖아요. 사드리려면 사드릴수 있었는데. 있잖아요. 할아버지한테 드린 정성보다 더 할머니를 위해 일했지만요. 할머니는요. 참 무섭네요.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애원을 해도요. 눈도 깜빡 안 해요. 어떻게 그렇게 인격살인을 밥먹듯이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어떻게 그런 사람을 다른 사람들은 착하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니다. 물론 그 사람들은 할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같이 안 살아 봐서 모르죠. 그리고 할머니도 같이 살 사람이 아니면 항상 착한척 피해자인척 하구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랑 몇십년을 같이 사신 할아버지는 참 대단하기도 하지만요. 잘못된 선택을 하셨어요. 그 사람과 결혼을 하셔선 안 되셨던거에요. 죽은 사람에게 들리지도 않을 말을 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건 알지만, 나중에 그 인간들 말대로 그렇게 싫으면 원룸이라도 얻어서 나가 살지 그러냐 라는 말대로 원룸 얻어서 나가 살거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라서 잊지 않기 위해 적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라서 더 적어 봅니다. 독불장군. 타인의 이야기를 절대 안 듣는 사람, 항상 남탓하는 사람, 종교인, 다른 사람들 앞에선 착한척, 만만하고 이겨 먹을 수 있는 가족 앞에서는 멋대로 구는 사람하고는 결혼 해서는 안 된다는것을 적어서 기억 할랍니다. 내가 여자에 대한 환상이 깨지게 된건 다 할머니 덕분이긴 해요. 착한 여자도 있긴 하겠지만 사람 말을 죽어라고 안 듣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착하든 말든 절대로 결혼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늘 유념하게 됩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죠. 대화라는게 안 통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에요. 심지어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애원을 해도요 눈빛조차 안 변하고 이유조차 묻지 않고 공격하는 사람은 참 할 말이 없네요. 물론 결혼전에는 모르죠. 하하. 나이 36 넘어서 결혼은 이미 물건너 간 마당에 참 웃기는 소리 하고 있긴 합니다. 누나는.. 결혼 빨리 해야 할텐데.. 나야 뭐 결혼 포기 했다지만 누나는 지금 혼기 이미... 하하하. 웃긴다. 술 먹어서 그런가? 누가 누굴 걱정해?

 

무섭네요. 술취해서 이런건가 싶겠지만 지극히 제정신입니다. 술 취했는데도 정신은 말짱해요. 아 맞다. 예전에 그 지잡전문대에서 OT였나 모여서 술 마실때 참 그때는 술 딱 한잔 마셨는데 괜히 허풍치고 그랬지. 그러고서 1분도 안 되서 내가 뭔 미친소리를 하고 있어 하고 바로 나갔고.  근데 이건 허풍치는 것도 아냐. 없는 소리 하는 것도 아냐. 왜 이런 소리를 하냐면 정말 힘들거든. 나중에 술깨고 다시 이 글 보면 뭐 비공개로 돌릴 지언정 삭제는 안 할 걸. 왜냐면 지금 쓰고 있는건 내가 술 먹기 전에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거니까. 제정신일때 생각하던거라 문제가 없어.


와 벌써 술이 깨네? 장난해? 술 마신지 한시간 밖에 안 되었다? 물론 필라이트는 맥주라고 칠 수도 없는건데 그래도 이건 너무하네. 그래도 필라이트라서 그런지 마시는건 가능했다.


예전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 할 때 아빠가 창작하셨던 열쇠고리의 자작 그림이 생각나는데, 어쩌면 그렇게 부전자전인지. 둘 다 센스 없더라. 눈물 남. 아빠나 나나 그림 존나 못 그려. 국민학생때 마리오 그림을 안 보고도 인간 복사기처럼 그렸는데 박치기왕 김일 따라 한다고 박치기나 하고 미끄럼틀에서 떨어져서 돌에 머리 박고 그러더니 그림 못 그리게 되었잖아. 타임머신 있으면 진짜 그것만큼은 되돌리고 싶어. 야 제발 대가리 좀 아껴 라고. 그리고 개그맨들은 말로만 웃기고 제발 이상한 짓은 안 했으면 좋겠다. 애들은 멋모르고 따라하거든. 요즘은 뭐 그렇게 이상한 짓을 하거나 하진 않지만 예전엔 무를 주세요 하면서 이빨을 혹사하거나 그러는거 있었잖아. 그건 현대의학 임플란트가 해결 해 주긴 하겠다만.


할아버지는 영화 만들다 잘 된건지 못 된건지 그래도 지인들은 좀 있으셨고, 아빠는 창작 의욕은 있으셨는지 뭔가 만들려고 했는데 잘 안 된거 같고, 나도 그러네. 나도 뭔가 만들고는 싶은데 다 안 되네. 저주인가? 유전인가? 뭐든간에 참 그런거 느껴져요. 하고 싶은거랑 할 수 있는게 너무나 다르다는걸.


더 쓰고 싶은데 그만둘래. 괜히 안 할 말 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