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3일 수요일

사이버펑크 2077 리뷰 - 무너지는 마천루 속에서 실낱같은 끈을 잡는다

 위쳐 시리즈로 유명한 CD PROJEKT RED의 새로운 신작 사이버펑크 2077이 발매되었다.


나는 사실 말하자면 사이버펑크가 구체적으로 뭔지도 모르고 아예 펑크와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다. 게임상에서 펑크하게 생긴 NPC만 나와도 인상이 찌푸려지곤 한다. 그저 미래적인 SF장르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던 터라 게임을 구매 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미래적인 SF장르는 와치독스로도 충분했기에 나온 뒤에 반응을 보고 구매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바꾸게 된 이유가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한국어 음성 더빙이고, 다른 하나는 와치독스 리전이 쓰레기로 나온 것이다. CDPR의 스토리는 믿을 만 하니 한국어 음성이 몰입감을 높여줄거라 기대했었고, 와치독스 리전이 기대 이하였기에 사이버펑크2077에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사이버펑크 2077은 졸작인가?


망겜,쓰레기,덤핑각 등 기대 이하의 게임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많이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사이버펑크2077에 붙인 표현은 졸작이다. 서투르고 보잘것 없는 작품. 이것은 CDPR의 정체성과도 상통한다.

CDPR은 위쳐라고 하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든 경력 밖에 없는 회사이다. 그 회사가 아주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높은 수준의 몰입감, 그리고 유저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회사의 가치가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끝내는 다수의 GOTY를 받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성공의 바탕에는 3이라고 하는 숫자에 다다를때까지 쌓아 올린 경험치가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사이버펑크2077은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는 위쳐와는 정반대인 미래지향적인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다. 위쳐로 쌓아 올렸던 기반이 통하기가 어렵다. 그 때문인지 사이버펑크2077은 서투르고 부족한 부분이 지나치게도 많이 눈에 띄였다. 그래서 졸작이란 평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졸작인가 라는 의문에는 가장 먼저 버그와 튕김으로 대답 할 수가 있다. 게임을 구매한지 1~2시간만에 튕겨버리는 불안정한 상황은 게임의 지속성을 무너뜨렸고, 퀘스트를 달성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달성되지 않은 처리를 하면서도 달성은 되어서 보상을 받고 맵에서 사라졌으나 달성이 되지 않았으니 진행이 막혀 버리는 버그에서부터 아예 퀘스트를 받지 못 하는 버그, 진행이 안 되는 상황, 화면이 까맣게 되는 버그 등 온갖 종류들의 버그를 맛보았고, 심지어 현재도 고쳐지지 않아 얻지 못 한 아이템이나 클리어 못 해 진행이 안 되는 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은 메인 스토리에서 버그가 걸리지는 않아 엔딩을 볼 수 있었던 것인데 130시간을 달려 온 지금 상황에서 별 같잖은 이유로 엔딩을 못 보게 되었더라면 화병으로 몸져 누워 버릴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게임의 문제는 단순히 튕김과 버그에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지나치게 많고 관리되지 않은 오브젝트들.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 하면서 서서히 기묘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 게임은 오브젝트들이 지나치게 많다. 사람, 기물, 단순 배경으로 쓰이는 오브젝트들 등. 이것이 그냥 오브젝트가 아니라 미션을 진행하러 특정 영역에 도착하여 넷해킹을 하기 위해 키로시 안구로 쭉 훑어보는 순간 세상이 온갖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물드는 것을 보게 된다.

바로 플레이어가 해킹으로 조작이 가능한 오브젝트들로 은신 플레이를 위해 사용이 가능한 것들이다. 적들의 움직임을 엿볼수 있는 감시 카메라에서 부터 제어권을 탈취해 적을 공격 가능한 포탑, 적들이 플레이어에 대항하기 위해 심어놓은 지뢰를 되려 터트려 데미지를 준다거나, 적의 시선을 끌고 과부화로 터트리는 등의 행동들이 가능하다. 소소하게는 문을 여닫는 것도 가능하며 해킹으로 동작을 실행시키지는 않지만 쓰러뜨린 적을 숨기는 용도의 쓰레기통 등도 해킹 시점에서 보여지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오브젝트들을 절반도 안 쓴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해킹이라고 하는 시스템의 난점에 있다.


은신 플레이를 위한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몰래 적의 뒤로 들어가서 쓰러뜨리고 쓰레기통에 숨기는 것과 적에게 발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퀵해킹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둘이 서로 공존이 되지 않는다.

적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오브젝트의 교란 기능을 이용해서 적의 시선을 돌리고 뒤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교란 기능을 쓰기 위해서는 해킹에 소모되는 램 수치를 소모해야 한다. 이 램 수치는 지능을 올리고 사이버웨어의 해킹 유닛을 좋은걸 쓰거나 관련 스킬들을 찍음으로서 보조가 가능하다. 문제는 초반 외에는 그럴 이유가 없다.

초반에는 램 수치와 데미지 관련 스킬, 그리고 퀵해킹의 등급이 낮아서 적에게 퀵해킹, 즉 판타지로 따지면 마법 같은 것으로 데미지를 주는 것이 어려우나 중반부터 지능에 올인을 하기 시작하면 퀵 해킹을 써서 소모되는 램보다 퀵 해킹으로 잡아서 회복하는 램이 더 많을 지경이며 이 반전의 시점은 의외로 빨리 찾아 오게 된다.

 물론 쓰러뜨린 적을 쓰레기통에 숨기는 편이 적에게 발각 될 일이 적고  소란스럽지 않으며 자원소모도 적겠으나 이는 퀵해킹의 성능이 올라감에 따라 비용이 반전하여 퀵해킹을 쓰지 않는 은신 자체를 선호하지 않게 만든다. 즉 수많은 오브젝트들로 실행 시킬 수 있는 교란 기능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퀵해킹으로 적을 잡는 편이 더 빠르고 쉬우며 되려 들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퀵해킹 스타일로 플레이를 하게 될 경우 해당 오브젝트들은 핑이라도 돌려서 적의 위치를 알아내면 그나마 다행이지 핑도 못 돌리는 오브젝트들은 아예 쓸모가 없게 된다. 퀵해킹과 은신은 그나마 의존도라도 있지 단순 근접 내지는 사격으로 플레이 할 경우엔 이런 오브젝트들이 전혀 아무런 쓸모가 없다. 플레이 스타일의 일부에 지나치게 치우쳐진 요소가 맵을 뒤덮고 있기에 불필요한 자원들을 낭비하게 만든다. 슬픈 일이다. 이 게임의 잠입 요소는 정말이지 놀랍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게임의 잠입 요소를 서포트하는 오브젝트가 놀랍게도 무쓸모하기 때문이다.


사이버펑크2077이 마지막 연기를 하기 전에 내가 본 트레일러에서는 체육관에서 운동중인 적에게 운동기구에 이상을 일으켜 압살시키는 모습이 있었다. 그런 상호작용들이 이 게임에 기대를 하게 만든 요인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이 게임에서 상호작용이란 그 오브젝트의 수는 많으나 종류는 적은 형태로 구현되어 있다. 그렇다. 슬프게도 NPC 그 누구도 이 오브젝트들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이 게임의 잠입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매우 놀랍다. 천주3나 메탈기어 솔리드3, 혹은 히트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잠입이 가능하다. 이 정도로 다양한 잠입 루트를 준비한 게임은 보기가 힘들고, 오픈월드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코지마 히데오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을 보며 코지마 히데오의 조언을 받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게임의 잠입 요소 자체는 매우 훌륭했다. 허나 잠입 루트가 아무리 훌륭해 봐야 잠입 자체를 무색케 하는 AI와 오브젝트가 큰 문제다. AI는 이동을 하기라도 하면 다행일 정도로 제자리에 꽂힌 듯 무반응에 가깝고 오브젝트들은 그저 놓여져 있을 뿐이다. 차라리 맵에 놓여져 있는 오브젝트의 수를 줄이더라도 끌어낼 수 있는 반응의 수를 늘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적들과 상관없는 도시의 일반적인 거리에서조차 이런 오브젝트의 수를 줄이려고 하질 않았다. 그래서 이 게임은 항상 도시에 오브젝트가 넘쳐난다. 생기가 있는 도시를 표현하기 위해 쓸모없이 메모리를 혹사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오브젝트들의 반응에 대해 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NPC를 제외하곤 그 어느 NPC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무쓸모한 배치 구성이다.

이 게임의 NPC가 반응이 개판인 것도 어쩔수가 없다. NPC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많은 NPC들을 불러내는지 알 수가 없다. 다른 오픈월드랑은 다르게 평면적으로 넓은 게임이 아닌 입체적으로 넓은 게임이라 화면상에 안 보이는 곳에서도 NPC가 있는 게임인데 말이다.

와치독스2도 GTA5도 이렇게 NPC가 많지는 않았다. 이 게임의 미션 중 클럽에 잠입 미션을 하면 아주 복장터진다. 상호작용 쥐뿔도 없는 NPC들이 2~30명은 족히 들어와 있다. 여기에 교란이나 핑 가능한 오브젝트들이 있고 이것들을 해킹 뷰에서 핑을 띄워 보면 버버버버버벅 거린다. 일반적으로 안 보여져야 할 것들도 핑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엄청나게 느려진다.

 

내 개인적인 추측이긴 하지만 이 게임의 쓰잘데기 없는 오브젝트랑 사람 수만 좀 줄여도 이 게임의 버그나 튕김은 줄어들 것이다. 내가 이 소리를 자신있게 미는 이유가 1.04 패치 이전에서 분명 1~2시간마다 튕겼던 게임이 어느 순간 5~6시간을 해도 튕기지 않고 퀘스트 밀림이나 진행 불가가 생기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자잘한 퀘스트들이나 조직범죄,돌발범죄들을 반이상 정리하고 나서부터 버벅거리거나 튕기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도 이 게임은 아이템에 들어와 있는 온갖 쓰잘데기 없는 아이템들을 정리하면 정말로 엄청나게 쾌적해지기도 한다. 이는 위쳐3에서도 있었던 문제인데 위쳐3에서 주로 튕겼던 노비그라드는 퀘스트도 많고 도시의 크기나 NPC 숫자도 상당하다. 그리고 사펑은 위쳐3보다도 더 오브젝트나 NPC 맵의 밀도가 높아져서 관리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이 게임은 쓰잘데기 없는 부분에서 너무 힘을 주었다. 그리고 정작 힘을 주어야 할 부분에선 힘을 주지 않았다. 바로 AI다.


이 게임의 AI는 정말로 형편없다. 그저 사격으로 타겟팅을 하면 맞지 않기 위해 엄폐물로 이동을 하는 정도의 행동 루틴만 있을 뿐 그 이상이 없다. 와치독스나 GTA나 슬리핑독스나 일렉스나 파크라이나 어쌔신 크리드나 저스트 코즈나 기타 여러 오픈월드 게임들도 사실상 이런 부분에선 그리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이 게임은 정말로 심하다. 일단 맵 자체가 지나치게 꼬여 있다보니 최단 루트를 보여주는 길찾기 가이드부터가 개판이고, 경찰과의 대치 상태에서 차로 도주를 하면 전혀 쫓아오질 못 한다. 아예 추격 자체를 못 하는 것이다. 맵을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건물 위로 올라가면 쫓아오지도 못 하며 심지어 수류탄을 던져도 피할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 미친듯이 추격전을 펼쳐야 했던 와치독스처럼 쫓아오는 것 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릴 때까지는 쫓아와야 하는데 얘네들은 쫓아온다는 개념이 아니라 특정 위치에서 리젠된다는 개념으로 나타난다. 무기 오류 퀵핵으로 무기를 못 쓰게 하면 근접 무기를 들고 쫓아오는게 아니라 그냥 조준만 하고 있을 뿐 쭉 그대로 있다. 수류탄 투척이 가능한 적이나 어쩌다가 가끔 수류탄을 던질 뿐이지 수류탄도 없고 근접무기군 적도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는다. 근접무기군 적도 오로지 근접무기많을 쓸 뿐이다. 이 게임의 AI의 문제는 클래스와 같은 병종문제도 있는데 게임에서는 적들이 다양한 종류를 이루고 있다. 당장 이 게임제작사의 전작인 위쳐만 해도 괴물의 종류가 다양하고 행동패턴이 다 다른데 이 사이버펑크라고 하는 게임의 적은 단 3종류만 있다. 원거리,근거리,넷러너 이 세 종류 뿐이다. 로봇이나 드론도 있지만 롤플레잉으로서 역할은 원거리에 불과하다. 다른 게임들 보면 중장보병급의 높은 체력과 방어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적, 중거리에서 화력을 쏟아 붓는 적, 원거리에서 저격을 하는 적, 근거리로 다가와 암습하는 적, 투척류 무기를 던지는 적, 특수하게 강한 엘리트 적, 보스등이 있는데 이 게임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적의 병종이 지나치게 단순하니 단순한 AI가 더더욱 단순하게 느껴지게 된다. 원래의 AI도 형편없지만 그 AI를 꾸미는 것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NPC의 행동 및 상호작용은 거리에 널린 오브젝트만도 못 한 수준이 되었기에 분명 도시에 사람은 많은데 다양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 게임의 문제는 또 있다. 그건 위쳐3때부터 발전하지 못 한 아이템 관리다. 쓰잘데기 없는 아이템들이 즐비하며 이를 선별하여 습득하는 것이 곤란함에도 불구하고 아이템의 관리 시스템은 위쳐3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아이템 하나 팔고 갱신하고를 반복하는가? 일괄 선택 매각은 생각도 안 했나? 최소한 일괄 선택 매각 조차 불가능하다면 아이템 이미지를 보여주고 갱신하기 보다 리스트 형태로 정렬하고 커서를 갖다 댔을 때 이미지를 띄우면 되지 않는가? 애초에 아이템 습득부터가 이미지 아이콘이 뜨는게 아니라 아이템의 이름이 뜰 뿐인데 같은 방식으로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위쳐3에서 발전된 부분이 없이 그대로 유지를 하고 있다. 그나마 전작의 책이나 문서와 같은 것들을 샤드 형태로 관리하는 것은 그나마 나아지긴 했으나, 그 외의 퀘스트 아이템들의 경우엔 제대로 보여지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으며, 멋대로 소모 아이템 단축에 등록되질 않나 이와는 반대로 똑같은 효과에 이미지랑 이름만 다른 음식 아이템들이 썩어넘치게 많으면서 심지어 이걸 단축키 등록도 할 수 없어서 항시 메뉴에 들어가서 소모해야 한다. 퀵핵 같이 창고에 옮기는게 불가능한 아이템들이 자주 있어 아이템 관리에 골머리를 썩게 만들고, 스킬 경험치 샤드는 플레이어가 원할 때 소모하는게 아니라 습득시 자동 소모로 되어 있어 스킬 경험치 습득 조율이 불가능한 주제에 버그인지 퀵해킹 스킬 경험치 샤드는 또 아이템으로 남아있기까지 하다. 또한 아이템의 관리 이상으로 심각한 것은 전혀 밸런싱 되지 않은 아이템의 업그레이드 요소다. 습득시 현재 레벨을 따라가게 만든 점 때문에 최대한 파밍을 뒤로 미뤄야 만족감이 높은 시스템의 문제는 이미 위쳐3때도 2회차의 레벨 한계 상승으로 존재했었고, 다른 오픈월드 게임인 어쌔신 크리드 오딧세이에서도 있었던 문제였다. 대체 밸런싱을 하기나 한건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수준의 재료 소모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아이템 하나도 업그레이드를 끝내기 어려울 정도다. 덕분에 이 게임은 파밍의 즐거움이 없다시피 한다. 하지만 파밍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업그레이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게임의 모든 수집과 개조 요소들은 대체로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이 막대한 돈과 자원은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채울수가 없다.


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차량들을 전부 구매하려면 약 100만 유로달러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것으로 체감한다. 돈을 150만 유로달러를 보유한 상태에서 모든 차량을 구매하는데 남은 돈이 50만 유로달러 정도가 남았기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이 게임의 모든 자잘한 퀘스트까지 전부 달성하면서 번 돈이 기껏해야 150만 정도인데, 이것도 엑세스 포인트 파밍이나 적에게서 얻은 무기나 장비를 팔아 끌어 모은 돈이다. 순수하게 퀘스트를 달려서 얻는 돈으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금액이다. 상황이 이런데 이 게임은 무기 완제품이나 아이템 제작 레시피, 사이버 웨어가 몇십만이나 한다. 꼼수나 버그, 치트가 없이는 정상적으로 채울 수 없는 수준이다. 테스트를 하긴 한건지 의심이 갈 정도다. 게임을 마냥 즐기는 시점에선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 후에 어느 정도 스펙업과 개인만족을 위해 구매요소를 돌아보다 보면 한숨을 쉬며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도저히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적들 잡아서 무기 루팅하여 많이 벌어봐야 3~5명 잡아서 한탕에 2~4천 벌까 말까 하고, 그것도 무기를 많이 얻으면 다행인데 그 무기도 버그인지 레벨 스케일링인지 1레벨 짜리 무기가 떨어지면 매각가가 50도 안 되는 수준이라 무게만 차지하며 그 외에는 대부분이 10짜리도 안 되는 잡템들이다. 픽서의 의뢰 퀘스트를 완료하면 잘 쳐주는게 8천 정도지 대부분은 1천에서 4천 사이라 픽서의 의뢰만으로 버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엑세스 포인트도 어떤건 1300이고 어떤건 3천이고 기준을 알 수 없고, 심지어 스킬 패시브를 찍어 보상을 200% 올려도 저 정도 밖에 안 된다. 대충 2~5천짜리 작업을 반복 반복해서 1만을 벌고 10만을 벌고 100만을 벌어야 하는데 그렇게 피땀 흘려 번 돈이 순식간에 템 한개 사는 것만으로 사라지고 만다. 도대체가 밸런싱이란걸 하기나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위쳐3도 장비 파밍에 있어 주문부여나 교단셋에서 돈이 쪼들리긴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정말이지 너무 심각한데다가 이걸 2회차에서 극복이나 가능한지 의문이다.


버그는 싫지만 버그에 의존 할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게임은 납득하기가 어려운 버그들이 좀 있다. 사스콰치 버그로 통하는 버그는 사스콰치라 불리는 적을 잡고 저장 한 뒤 로드해서 다시 공격하면 경험치가 들어오고 다시 저장해서 로드하는 식으로 경험치를 올리는 방식이다. 또한 아이템 포인트라고 불필요한 아이템을 팔 수 있는 기계가 있는데 아이템을 팔고 다시 재구매를 할 때 옵션과 세모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반투명 창으로 바뀌고 이 상태에서 재구매에 횟수가 제한이 없게 된다. 이를 통해 판매시(4천 유로달러)와 구매시(5 유로달러) 가격이 다른 명화 아이템을 늘려서 수표처럼 써대는 것이 가능하다.

버그는 싫다. 하지만 이 게임은 버그를 쓰지 않으면 너무 답답하게 되어 있다. 내가 마지막 메인 미션 퀘스트를 제외하고 모든 퀘스트를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레벨인 50레벨이 되지 못 하였는데, 결국 맵을 순회 하면서 공격 가능한 무작위 등장 갱단 NPC들을 마구잡이로 잡아야 겨우 50레벨이 될 수 있었다. 그 뒤로 눈을 돌린 것은 장비 업그레이드였다. 습득시 정해지는 장비 레벨의 문제점을 피하고자 50레벨이 된 이후로 장비를 얻으려 돌아다녔지만 이미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였기에 어지간한 장비들은 다 습득한 뒤였다. 덕분에 어중간한 레벨대의 장비를 업그레이드 해야 했는데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재료 소모량이 130시간 넘게 플레이 하며 모아온 재료들조차 고작 장비 한개를 마지막까지 업그레이드 하는데 도달하지도 못 한 채 전부 바닥나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나는 업그레이드를 아예 포기하고 플레이어 레벨에 따라 능력이 맞추어지는 스키피만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게임의 재미는 장비를 수집하고 그것을 쓰는데 있어야 하는데 수집은 가능하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구조가 지극히 결함이다. 무기 하나만으로도 이 모양인데 방어구까지 포함하면 말할 것도 없다. 그뿐만인가? 초반 미션에서 밖에 획득 할 수 없는 콩고와 사토리라고 하는 무기는 버그가 아니면 다시 찾아 갈수도 없다. 있는지도 모르면 얻을수도 없는 일이고, 심지어 초반에서 밖에 얻을 수 없기에 업그레이드에 필요로 하는 재료량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사이버웨어나 제작서 구매에 들어가는 돈도 그렇고 도대체가 밸런싱이란걸 하기나 한건가 의문이 들 정도다. 만약 버그가 없었더라면? 일단 사이버웨어 부터가 각각의 리퍼닥에 너무 넓게 퍼져 있고 뭘 파는지는 찾아 가 봐야 안다. 인터넷 공략을 참조하는게 아니라면 뭐가 좋은지 알 수도 없고, 심지어 비교조차 구매해서 대조를 해 봐야만 가능하기에 통상적인 플레이로는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전부 구매하기에는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전설급 사이버웨어만 구매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차를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지겨운 노가다 후에 겨우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제대로 완성되지 못 한 컨텐츠들


레이싱은 아무리 추월해도 텔레포트되어 쫓아오거나 코스를 이탈하여 다시 들어 올 경우 옹기종기 모여 착하게도 기다려 주고 있고, 정작 그 레이싱마저 순수하게 플레이어가 레이싱을 즐기는 용도가 아닌 주변 캐릭터의 복수극에 이용되어 레이싱을 포기해야 차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레이싱을 할 만큼 운전 조작감이 좋은 것도 아니고 물리엔진이 안정적이지도 않다. 걸핏하면 튕기고 고꾸라지고 빗길조차 아닌 버터바른 도로에서 미끄러지듯 꺽이는 조작감은 와치독스를 연상케 한다고는 하나 물리엔진의 조악함과 더하여 와치독스보다도 더 수준이 낮다. 와치독스1이라면 모를까 와치독스2와 사펑의 운전 조작감을 비교하는 것은 와치독스에게 실례일 정도다.

브레인댄스는 그 완성도도 조악하기 그지 없지만 브레인댄스를 체험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스토리나 퀘스트에 한해서 뿐 플레이어가 원하는 때 원하는 컨텐츠를 즐긴다거나 하는 것이 없다. 사격 미니게임도 초반 집근처 무기상점에서 하는 것과 식스 스트리트에서 하는 것이 있는데 집근처 무기 상점의 사격 미니게임은 다른 참가자 라인에 있는 목표물을 뺏는 것이 가능하질 않나, 탄착군의 점수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맞춘 횟수만을 따져서 연사횟수 높은 총이 장땡인 이상한 사격 경쟁 구조가 되어 있으며, 식스 스트리트의 사격 경쟁은 아예 시작조차 못 하거나 걸핏하면 선을 넘어서 실격 처리가 되어 제대로 된 진행조차 불가능하다.

제작 시스템은 항상 지나친 변수에 의해 안정된 품질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업그레이드 또한 아이템의 레벨과 상세 스탯을 분석하기 어려워 곤란함이 크다. 단순히 장비 제작만이 아니라 소모품 제작으로 들어가면 대량 분해는 존재하는데 대량 생산 기능이 없어서 번거롭게 하나씩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심지어 위쳐3때까지만 해도  미니맵에 북쪽이 어딘지가 나오는데 이 게임은 아예 방위 표시 기능이 없다. 유저 편의성은 인터페이스를 포함해서 다방면에서 미흡한 수준이다.


처참한 스토리


본 게임의 메인 스토리라인은 불가항력으로 머리에 꽂힌 칩에 의해 조니 실버핸드의 의식이 잠식되고 몸을 잃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스토리 전개는 크나큰 문제가 있다.


첫째는 조니 실버핸드. 그 자체가 가장 큰 문제이다. 조니 실버핸드의 기업 혐오는 작중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다 그 기업 혐오의 원인이 되는 이유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네가지 이유는 등장한다. 하나는 그가 기업 전쟁에 참여하여 겪은 경험이고, 두번째는 기업이 농민들을 상대로 약탈에 가까운 짓을 행하였고, 세번째는 그의 친구 알트 커닝햄을 납치하였고, 결국 알트 커닝햄의 육체는 죽고 그녀의 정신이 넷상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알트 커닝햄의 자아,인격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네번째는 조니 실버핸드 자기 자신을 멋대로 칩의 데이터로 전환시켰다는 것이고 그것을 상품처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유들 중 단 두개만이 직접적으로 보여질 뿐이고 나머지는 그저 설명으로만 전달 될 뿐이다. 따라서 조니 실버핸드의 기업 혐오를 플레이어 입장에서 공감하기에는 크나큰 무리가 따른다. 왜냐. 조니 실버핸드는 이와 같은 언급이 이루어지기 전 그가 아라사카 타워를 대상으로 핵폭탄을 터트리려 했던 정신나간 테러리스트라는 것이 먼저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트 커닝햄의 예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녀석은 미친놈이라서 연구대상으로 머리속 기억이 칩으로 옮겨졌구나 싶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 조니 실버핸드의 모든 말이나 행동들 역시 전부 비호감적이다. 노골적으로 혐오와 비하,조롱,멸시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반사회적 행동이며 친구들에게까지 멋대로 대하고, 그 누구와도 정상적인 관계를 가지려 하질 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조니 실버핸드를 기리며 그를 좋아한다. 핵폭탄을 터트려 다수의 사상자를 낸 테러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하는 것은 솔직히 논리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더더군다나 친아라사카 엔딩을 볼 경우 주변 인물의 반기업 메세지가 날아오게 되는데 정작 그러한 반기업 정서적 표현은 작중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게임상에서 기업의 악행은 수도 없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와 동급으로 정부,갱단,V의 살인도 드러난다. 심지어 민간인조차도 나쁜 사람들이 넘쳐난다. 과도한 폭력과 사건들로 인해 플레이어의 감각이 둔화되고 기업이 그렇게 나쁜가? 라는 의문에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 하게 된다. 나이트시티는 전체적으로 썩어 있고, V의 행동은 나이트 시티를 전혀 긍정적으로 바꾸지 못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니 실버핸드가 기업 혐오를 함으로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이 다람쥐 챗바퀴 같은 테러를 반복함으로서 뭔가 이루는게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러한 것도 없으니 조니 실버핸드라고 하는 캐릭터의 정신 세계는 편협하고 이기적이고 반성이 없을 뿐 아니라 자기파멸을 넘어서서 타인을 파멸시키려고 하는 캐릭터가 되었는데 작중에서는 이 캐릭터를 너무나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옹호를 하고 있으니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게 된다.


둘째는 이야기의 목표가 모호하며 전개가 너무 빈약하고 끝맺음이 좋지 않다.

플레이어를 대신하는 주인공인 V의 목표는 플레이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단 이름을 남기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목표는 조니 실버핸드의 기억이 담긴 칩인 렐릭을 머리에 꽂게 된 이후로는 생존으로 변화한다. 어떻게든 조니 실버핸드를 지우고, 자신의 몸을 되찾아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이다.

메인퀘스트의 내용은 전부 다 이 렐릭에 의해 고통받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상황이며 V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렐릭의 부작용을 종종 무작위로 발생시켜 플레이에 지장을 준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어의 노력에 상관없이 결말은 정해져 있고, V는 시한부 인생에서 벗어나질 못 한다. 어떤 엔딩을 가더라도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만 달라 질 뿐 시한부 인생이라는 결론에서 벗어나질 못 한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자꾸만 플레이어를 재촉하고 강압하였는가? 뭘 해도 결과가 바뀌질 못 하는데 말이다.

심지어 메인퀘스트의 길이만 따져 본다면 이건 그리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너무 늦었다고 하질 않나, 정작 고치기 위해 미코시에 도착해도 알트는 인간의 육체를 변수에 계산 못 했다는 개소리나 하질 않나 어딜봐도 전부 V에게 시한부 인생을 강요하고 있다. 플레이어가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캐릭터인 V가 죽어가는 원인은 조니 실버핸드 때문이며 조니 실버핸드라고 하는 캐릭터 자체의 비호감 요소와 결합되어 좋게 바라보기가 힘들다.

차라리 시한부 인생이 되더라도 V가 세상에 남기는 것이 있더라면 모를까 V가 조금 유명 해 질 뿐 세상은 변하지 않는 엔딩, 기업의 실험쥐가 되는 엔딩, 그냥 다 버리고 도망가는 엔딩 정도라 앞서 언급한 생존 이전의 목표였던 세상에 이름을 남기는 목적 조차 모호하게 끝맺음으로서 제대로 된 포장조차 되지 않았다. 차라리 생존과 이름을 남기는 것 둘 사이에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을 고르고 길을 걸어 이뤄내는 것이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이 게임은 생존도 이름을 남기는 것도 어중간하다. 마치 출신지가 3종류이지만 그 어느것 하나 세상과 V에게 영향을 못 주는 것과 같다.

목표와 결말 뿐만 아니라 과정조차 문제가 있다. 재키와 한탕하기 위한 메인 퀘스트를 포함하여 기본적인 줄기는 선택의 여부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재키와의 관계는 축약해서 대충 넘어가고 V의 개인적인 서사 역시 너무나도 빈약하게 다룬다. 이후 조니 실버핸드와 엮이게 되면 더더욱 V라고 하는 존재는 메인퀘스트에서 생존 발악 말고는 다른 다양한 모습으로 다루어지질 않는다. 다른 서브 퀘스트들이 미래사회에서 발생 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나 AI와 인간의 공존을 다루는 반면 메인 퀘스트는 시종일관 쫓고 쫓기는 과정만 다루며 그 과정에서 조니 실버핸드의 기억, 아라사카 사부로의 기억을 담은 렐릭 칩,전뇌 세계에서 구축된 자아가 원본 자아와 다른 알트 커닝햄과 같이 인간의 영혼성만 다룰 뿐이고 그마저도 후반부에 몰려 있다. 길이도 짧지만 과정에서 주어지는 메세지도 별 볼일 없다. 심지어 모호한 목표와 조니 실버핸드라고 하는 비호감적 캐릭터와 맞물려서 생존이고 이름이고 조니고 영혼이고 나발이고 간에 스토리는 중심을 잡지 못 한채 계속 헛돌고 있다. 그 분량이 긴것도 아니건만 이 모양이다.

 


그럼에도 게임 자체는 재미있다


아쉬운 부분도 많고 미처 언급하지 못 한 단점들이 산처럼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재미는 뛰어나다. RPG로서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의 측면은 매우 확실하고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 총,칼,퀵핵,은신 등 다양한 부분에서 플레이어는 원하는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성장이 가능하다.

메인 스토리는 별볼일 없고 불만족스럽지만 서브 스토리의 퀄리티나 메시지,재미는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

빈약한 AI와 약해 빠진 적들 때문에 전투 자체는 싱겁지만 전투 자체는 매우 재미있다. 다양한 성장과 맞물려서 다양한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픽서라고 하는 퀘스트 전달자 요소는 꼼수인지 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기존의 RPG에서 의뢰인을 만나고, 목표 지점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고 다시 의뢰인을 만나는 과정에서 의뢰인을 생략하여 목표만을 남겨 편의성을 증대시켰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긴 하지만 픽서가 자동차 매매 중개인이 된 점만 제외하면 다른 여타 RPG게임들에 비해 매우 쾌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즐겁게 느끼는 부분은 바로 복잡하게 설계된 밀도있는 도심이다.

예컨데 이 회사의 전작인 위쳐3의 맵은 132제곱킬로미터이고, GTA5는 127제곱킬로미터, 어새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256제곱킬로미터이다. 반면 사펑은 위쳐3보다는 작고 GTA5와는 비슷하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GTA5보다도 좁지만 넓은 느낌을 준다.


예컨데 맵 좌측 최상단에서 우측 최하단에 마커를 찍어 보면 직선 길이가 4킬로미터를 넘지 않는다. 케렌지코프 가속이나 자동차로 이동을 해도 5~10분내로 도착이 가능 할 정도. 그렇다보니 맵 이동에 걸리는 스트레스 부하는 상당히 낮은데 정작 도심 자체는 빽빽하게 건물들과 이벤트, 퀘스트들로 차 있어서 좁다고 느껴지지만 더 풍족하게 느껴진다. 내 경우 어새신 크리드나 GTA5는 이동이 너무 지루하고 피곤하고 항상 장시간 이동을 강제하여 짜증이 났었고, 이 부분은 위쳐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사펑의 이동은 정말로 많이 쾌적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를 만족시켰던 것은 바로 도심의 깊이인데, 와치독스2에서 건물을 올라가는 것을 즐기던 나에게 있어 사펑은 와치독스를 내 취향대로 가장 강화시켰을때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 같다. 과거의 노스탤지어가 떠오르는 정말로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구성이다.


어중간하게 늙은 척하기 싫지만 내가 어릴적에는 지금처럼 고층 아파트 사이에서 사는 것이 아닌 촌동네에서 대부분 1~2층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집과 집을 나누는 담벼락은 쉽게 넘어 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어린 아이의 몸으로 지나갈 수 있는 벽 아래 개구멍도 있어 마을 전체가 뛰어다니던 놀이터였다. 그러나 도심으로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오고 나서는 대부분 최소 3층 이상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고, 뛰어다니고 오르내릴 만한 공간은 막아 두었거나 건드리기도 힘든 높이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건물을 오르내리던 쾌감의 노스탤지어가 사펑에서 반갑게 재회를 할 수 있었다. 어른이가 된 내가 V의 몸을 통해 슈퍼 가속으로 건물을 달려서 지나가고 2단 점프로 기어 오르며 대쉬 슬라이딩으로 낙하 데미지를 무시하는 등 마음껏 도시를 휘젓고 다니는 즐거움을 사펑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딱 내 취향인 졸작이다. 게임으로서 제대로 되먹진 못 했지만 재미가 있기 때문에 포기 할 수가 없다. 재미가 없으면 뭐가 되었든 말짱 꽝이다. 그것만으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이 게임은 고쳐야 할 점이 산더미와 같다. 치명적인 버그를 상당수 걷어내고 유저 편의성을 개선하여 좀 나아진 모습을 보이려면 아마 내년 2~3분기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 그마저도 뉴게임 플러스가 지원이 되어야 더 빠져들기 수월 할 것이다. 개선이 되기 힘든 메인 스토리의 문제나  마치 문제점들이 쌓아 올려진 나이트 시티 모습과 그대로 똑같다. 이 마천루가 제 모습을 찾게 될지 아니면 정말로 수복하지 못 하고 무너질지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위쳐3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았다면 분명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