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일 화요일

코코 감상

코코 감상 -

나온지는 한참 된 픽사/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코코. 이제서야 보는 거는 뭐 그동안 챙겨 볼 틈이 없었다. 디즈니 채널에서도 방영을 잘 안 해주는 편이었고. VOD 쿠폰이 너무 남았는데 기간은 얼마 없어서 부랴 부랴 보려고 지른거지만.



일단 점수는 100점 만점에 79점. 왜 어중간하게  21점을 왜 뺐냐면 전개 자체가 너무 평이하고 예상하기 뻔한 수순으로 흘러가는데다가, 설정 오류가 너무 심해서 거슬리고, 아예 울라고 쥐어 짜라고 신파극으로 가는게 자연스러운 감동은 아니어서이며, 미겔을 담당한 아역 성우가 연기력이 부족하여 다른 성우들의 연기와 자연스레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보는 내내 삐끗한 느낌이 강했다. 또한 멕시코의 죽은자의 날은 우리 나라의 제사 문화와 유사해서 사실 그리 어색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문제는 죽은자는 죄다 해골들이라 호감까지는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적당히 코믹하게 묘사되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거부감이 좀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그래픽은 매우 화려하고 감성적인 그래픽을 보여준다. 다만 내 개인적으로 픽사에서 배경 분위기를 잘 살려 냈던 것은 라따뚜이였었는데, 라따뚜이에 비해서는 좀 부족하다. 멕시코 스러운 느낌은 사실 전반부 마을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끝이 나고, 나머지는 죽은자의 도시로 넘어가는데 이는 상류층 잘 사는 사람의 동네인 에르네스토의 집 쪽으로 넘어가다보니 멕시코 스러움은 많이 안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미겔이라고 하는 캐릭터에게 공감대는 느껴지나 그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행이 많아 공감 반 반감 반인데, 가족의 강압에 의해 꿈을 포기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그 아픔을 공감 하지만, 그에비해 미겔이 보여준 행위 자체는 아무리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너무 감정위주인 심각하게 독단적인 성격에 가깝다. 그런 미겔이 저지르는 실수들은 공감하기 힘든지라 이 캐릭터에 대해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려 가까이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아역 성우의 연기도 문제가 있었고.


이야기 자체는 너무 평이하다. 죽은자의 도시로 가서 우연히 만난 망자를 통해 이리 가고 저리 가고, 결국 답에 다다르나 싶더니만 사소한 다툼으로 갈리고 제멋대로 나아가고, 그렇게 결론으로 도착했더니 아니었어! 속았어! 당했어! 그러고서 믿고 도와주던 사람들이 결집하고 돌아가는 카메라로 악당의 본질을 밝혀 권선징악. 뻔하디 뻔하여 놀라움이 없다. 업이랑 별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차라리 처음부터 악당이 누군지 알았던 라따뚜이가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는 더 흥미로웠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업 스타일(?) 스러운 평이한 악당과 전개는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다. 몬스터 주식회사가 그나마 빌런스러운 빌런이란 느낌이었을까?


감동 요소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통해서 꾸욱 눌러 왔던 것을 터트리는 식이다. 매우 감동적이다. 다만 그게 억지라서 그렇지. 눈물이 나오긴 한데 저거 설정 붕괴잖아 라며 울게 만드는 억지 신파극이다.


설정 붕괴 말이 나와 이야기 하자면 죽은 사람의 법칙은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없으면 소멸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헥토르는 기를 쓰고 코코에게 사진을 주고 싶어 했다. 딸이 자신을 잊어서 사라지기전에 한번이라도 만나고 싶어해서였다. 미겔이 죽은 가족의 축복을 받아 돌아가기 전까지 헥토르를 구해야 한다고 난리를 쳤으나



....정작 이 시점에서 헥토르를 기억하는 사람은 미겔이 되었기에 헥토르가 소멸 할 일이 없다. 망자의 법칙에 따르면 헥토르가 어떤 사람인지를 기억하고 있기에 그냥 돌려 보내면 되는데 이를 마치 정말로 헥토르가 사라지는 것 처럼 질질 짜고 난리를 치고, 어서 빨리 할머니 기억을 되찾아야 해 라며 달려가지만 사실 미겔이 돌아간 시점에서 헥토르가 소멸 할 일은 없다.


그래서 사실 마지막에 노래를 통해 코코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 자체는 별로 감흥이 없는데 억지로 눈물 쥐어짜기는 피할 수가 없었다.


또한 죽은 자의 세계에서 산 사람의 세계로 넘어가는 방법이 현세에 사진이 있냐 없냐 라는 점 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데, 사진기의 발명으로 망자들이 현세로 넘어 갈 수 있게 되었다 라는 이상한 결론이 난다. 그 전까지는 대체 어떻게 죽은 자의 날을 기리며 망자들이 오고 갈 수 있었는가? 사진기 덕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가장 어이가 없는 점이 어떻게든 사진을 가져다 놓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또한 죽은자의 날의 전승을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더이상 가족 취급도 하지 않으며 사진을 찢어내어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일은 지나치게 잔인한 처사임에도 별로 거론도 되지 않는데다, 시간이 지나 코코가 자신이 가장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가족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납득이 가지 않는 요소이다. 코코가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가족들 중 그 누구도 헥토르가 누군지를 몰랐고 결국 헥토르가 사라지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코코의 방치였음을 생각하면 가족애를 테마로 삼은 것 치고는 인과가 완전 개판이다. 후에 에르네스트의 사기가 밝혀지고 헥토르가 재조명 받는 일 또한 죽은자의 세계와는 달리 현세에서 밝혀지는 납득할만한 과정이 보여지지 않아 스토리는 정말이지 처참하게 허접한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 자체는 볼만하나 잘 만들었거나 좋은 영화는 아니다. 가족애를 강조하지만 정작 죽은 조상들이 노래를 인정 한 반면 현세에서는 노래를 왜 싫어하는지 알기 힘든 할머니의 독단에 가족들 전체가 휘둘리며 노래로 코코가 기억을 되찾지 못 했다면 전혀 풀려지지 않았을 가족 관계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애초에 코코가 정말로 노래를 싫어했더라면 그 분위기가 그대로 넘어 갔겠으나 코코는 장수했고 그 부모와 자식들은 다 일찍 죽었는데 코코가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싫어하는 분위기가 유지 되었다? 계속 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아버지의 노래로 기억이 되돌아 왔던 코코의 행동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렇듯 영화 내에 하나 하나 모순적인 오류들이 존재하여 그것들을 생각하면 영화 자체가 부드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이런 설정 붕괴들이 영화를 매끄럽게 보기 힘들게 만들어서 그다지 좋은 영화라는 느낌은 없다. 감동적이다. 그런데 못 만들었다. 깔끔한 맛이 없어 보는 내내 상당히 걸리적 거리는게 많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