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레드 슈즈 - 원조를 이해 못 한 애니메이션의 한계

아빠인 화이트 왕을 찾던 스노우는 나무에 열린 레드슈즈를 신고 뚱뚱했던 모습에서 미녀로 변하지만 그 장면을 자신의 나라를 빼앗아간 마녀에게 들킴으로 쫓기게 된다. 반면 마녀로 착각하여 신나게 구타 한 나머지 요정 공주의 저주를 받아 다른 '사람'이 보면 초록 난쟁이가 되어 버린 일곱 왕자들은 저주를 풀기 위해 아름다운 공주의 키스를 찾아 헤매던 중 자신들의 거주지에서 레드 슈즈(스노우)를 만나 스노우의 아버지를 찾는 것을 도와 레드 슈즈의 키스를 받으려 하며 레드 슈즈를 쫓던 마녀는 애버리지 왕자를 꼬드겨 레드 슈즈를 쫓게 한다.




무비N월정액 뭐라도 볼까 싶었는데 예전부터 뭔 영화인가 궁금했건만 마침 있길래 시청했다. 보기 전부터 한참 전부터 저 난쟁이들을 보며 슈렉이 떠 올랐는데 예감은 빗겨나가질 않는다.



무엇부터 이야기 할까. 일단 이 영화는 한국 애니메이션치고는 잘 만들었다. 거의 픽사나 드림웍스만큼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긴 했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얼굴에 먼지가 묻어 하얀 색이 되었을 때 표현이 픽사만큼 자연스럽진 않았다 정도만 빼면 잘 만든 편이다. 그렇긴 해도 픽사나 드림웍스만큼 화려한 CG미는 없다. CG 퀄리티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걸 영상미까지 끌어 올리지는 못 했다. 겉보기엔 괜찮지만 속이 비어 있는 형태다.

성우는 연예인 더빙이 아닌 것 만으로도 칭찬을 해 줘야 하나 싶긴 하지만 솔직히 좋게 더빙되진 않았다.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 없는 더빙 배정인데다 그리 어울리지도 않았다. 물론 이게 다 캐릭터성의 부재라서 연기만의 문제라곤 볼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의 구조에서 유사점은 라푼젤과 슈렉이 유사하다고 느껴진다.

초록 난쟁이인 멀린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과 원래 뚱뚱했던 스노우가 자신의 모습을 속여 가며 미녀 모습으로 도움을 요청하지만 결국 스스로의 선택으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슈렉에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느껴진다. 단지 슈렉과 피오나의 롤을 서로 바꾼 형태일 뿐이지.

또한 악역의 롤은 라푼젤과 유사한데 마녀는 마치 음험하게 계획을 짜고 행동하며 젊음과 미를 갈구하는 것이 라푼젤의 고델과 닮았고, 심지어 그 고델의 꼬드김에 넘어간 애버리지의 두 부하는 마치 라푼젤에서 플린 라이더가 배신했던 스태빙턴 형제와 유사하고, 애버리지 왕자는 크게 닮았지는 않지만 슈렉의 파콰드 영주와도 흡사하다.

다만 표절을 피하기 위해서 캐릭터의 속성을 꼬아 놓긴 했는데 큰 틀에서 차이도 없고, 꼬아 놓은게 개연성 있게 꼬아 놓은 것도 아닌지라 패러디도 오마쥬로도 보기 힘든 것이 문제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일단 첫째로 캐릭터성

주인공인 스노우 공주는 미형 캐릭터가 아닌 비만 캐릭터인데 레드 슈즈를 신고 미녀가 된다.

허나 스노우 본인은 미녀가 된 것 자체에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스노우 본인이 아름다움에 대해 둔감한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따라서 본래 이런류의 변화에 응당 따라와야 할 변화에 대한 감흥,도취,만족감이 전혀 보여지지 않는다. 오로지 이 모습이 아니면 안 도와줬을 거니까 라고 무미건조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 전부다.

아름다움보다 오히려 식탐에만 집중하는 스노우는 변화에 대한 반응이 없어 레드 슈즈를 통한 변화가 대체 왜 필요한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이와 비슷한 구조를 지닌 컨텐츠를 '미녀는 괴로워'와 '내가 인기 있어서 어쩌자는 거야'라는게 있다. 이 중 목적을 가지고 성형으로 바뀐 미녀는 괴로워보다는 그냥 끙끙 앓다가 살 빠져서 미녀가 된 내가 인기 있어서 어쩌자는 거야가 레드 슈즈의 변화와 유사한데 내가 인기 있어서~의 주인공인 세리누마 카에네는 바뀐 모습에 그리 감격하지도 않고 딱히 유지하려고도 하지 않으며 덕질에만 충실한다. 다만 이 둘. 세리누마 카에네는 스노우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데 세리누마 카에네는 최소한 자신을 둘러 싼 미남들에게 반응을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오타쿠라는 점을 약점으로 생각하고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동인녀로서 BL커플링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변의 미남이 엮이는 것을 자신의 변화와 연결시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어도 반응은 한다는 점이 있는데 스노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자신에게 들러붙는 일곱 난쟁이들의 열성적인 대쉬를 그냥 무미건조하게 넘겨 버린다. 그렇다고 스노우의 캐릭터성이 일곱 난쟁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중에서 그나마 변화를 주는 것은 멀린 뿐이고 니머지 왕자들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당연히 스노우 본인이 다른 왕자들과 그다지 접점을 두지 않으니 변화가 생길리가 만무하다. 이렇게 심심하고 변화가 없는 캐릭터로 이야기를 끌어 나가려 하니 결국 얘 스스로 이야기를 끌어나가지를 못 하고 있다. 최소한 이 캐릭터가 그나마 다행인건 외모차별을 하지 않는 선한 캐릭터라는 점이 비호감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인데 그럴거면 대체 왜 레드 슈즈에 의존해야 하는가도 알기 어려운 점이다. 오히려 그 성격을 장점으로서 선명하게 보여주었어야 했다.

이는 이 이야기와 캐릭터 구조가 비슷하다고 했던 라푼젤이나 슈렉과도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등장하는 라푼젤과 피오나 공주는 각자 뚜렷한 캐릭터성이 있고 주변 등장 인물들과 조화를 이뤄 내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끌어 내었다. 그렇다고 그 인물들 주변에 있던 다른 인물인 플린 라이더와 슈렉만의 이야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인물은 본인의 이야기가 없어 멀린에게 스토리 전개를 모두 맡겨야 할 정도로 캐릭터성이 희박하다.


멀린도 마찬가지. 그가 겪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와 차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탐구를 전부 영화 이야기에 쏟고 있는 반면 그 결과에 다다르는 과정이 심히 미흡하다. 그는 초록 난쟁이도 잘생긴 미남도 둘 다 멀린이라는 결과를 얻었으나 결국 그는 결말에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으니 깨달음에서 얻은 것이 원상복귀라면 결국 그냥 원점이라는 소리다. 또한 그가 정말로 외모지상주의자였는가 왕자이며 해결사였는가도 의심스러운 것이 레드 슈즈 상태가 아닌 뚱뚱한 스노우가 병사들에게 놀림 받고 있는 것을 아더와 멀린 둘 다 그냥 지나쳤다. 물론 멀린은 되돌아 와서 구해주긴 했는데 그로 인해 그가 그렇게 외모지상주의자였는가? 못 생겼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고 선제 공격을 할 정도로 비뚤어진 캐릭터였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또한 그들. 아더와 멀린이 곤경에 빠진 사람을 무시 하고 지나 갔다는 점에서 그들이 해결사이며 왕자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즉 왕자들 전부가 외모지상주의자이고 결국 난쟁이 저주를 받아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신들처럼 외면 받아 곤경에 빠진 사람을 무시하고 지나칠 정도로 썩어빠진 인성이라는 것인데 이 모럴 해저드에서 구원 받은 것은 오로지 멀린이라 이 왕자 집단이 그저 아군이라서 욕을 안 먹는 것 뿐이지 과연 제대로 된 존재였는가 싶은 것이다.

멀린을 제외한 일곱 왕자의 캐릭터성도 문제다. 화이트 왕의 스노우 공주라는 것 처럼 이 일곱 왕자는 일곱 난쟁이를 꼬아 놓은 구조이지만 아무래도 별 상관 없는 요소다. 일단 대부분의 지휘나 통솔은 멀린이 하는 상황에서 각 왕자들은 자신들만의 특기와 개성을 내 보여야 하는데 아서는 엑스칼리버가 있든 없든 명확히 보여지는 활약이 없었으며, 그만의 개성이나 스토리라고 할 만한 점이 없다. 왜 엑스칼리버를 뽑지 못 하는가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그가 가진 결점을 어떻게 고쳤는가 에 대한 답이 없다. 그나마 멀린 다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아더가 이 정도인데 나머지는 말 다 했지. 한스,잭,피노,노키,키오는 본연의 개성 및 역할, 스토리가 전혀 없다. 대체 이 영화에서 멀린을 제외한 6명이 왜 필요한지를 알 수가 없다. 없어도 그만이다. 오히려 나머지 6명이 있다보니 이야기가 중심을 못 잡고 자꾸 겉을 맴도는 것이다. 겉다리를 과감하게 잘라 버리고 멀린과 스노우의 이야기로 가야 할 것을 그러지 못 했는데 이 영화의 모티브로 삼은 것들이라곤 어설프게 기존 요소를 꼬는 것에만 집착하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 할 줄을 모르니 이렇게 된 것이다.


마녀 레지나도 마찬가지. 마녀 하나에게 공간이동, 메타몰포즈, 사역, 나무줄기를 다루는 능력 등 거창한 능력들을 주었는데 심지어 마법의 거울마저 있었건만 대체 왜 애버리지 같은 하등한 녀석들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가 그들을 대체 왜 나무 괴물로 변신시켜야 하는가 아무런 당위성이 없다. 애초에 사과를 먹여서 괴물로 만들거면 본인이 사과 파이라도 만들던지 사과 장수가 되던지 해서 나라 하나를 통째로 나무괴물 천지로 만들면 그만이고, 마법의 거울이 있어서 추적이 가능하면 그냥 자신이 데려 오면 끝이다. 저항을 하더라도 나무 줄기를 다루는 마법으로 다 묶어 버리면 그만이고, 실제로도 레드 슈즈의 정체가 밝혀지자 바로 그녀가 있는 곳에 가서 납치를 해 왔는데 애버리지는 대체 뭔 소용이었냐는거다.

이 캐릭터의 모티브로 보여지는 고델은 변변찮은 마법은 없지만 능수능란한 말솜씨와 계략으로 결국 라푼젤과 플린을 위기에 몰아 넣었고, 그녀 스스로 라푼젤을 추적하였는데 이 캐릭터를 보고 모티브로 삼았든 표절로 했든간에 만들어졌을 레지나라고 하는 캐릭터는 유능하지만 정작 그 개연성이 없는 이상한 캐릭터가 되어 있다.


개연성 하니 말하자면 이 영화는 개연성이 매우 떨어진다. 일단 레지나의 사과나무가 있던 곳은 까마득한 절벽으로 둘러 싸인 성인데 그 성을 연결하는 다리도 끊어져서 레지나가 일부러 나무줄기를 이용하는 능력으로 다리를 만들고 끊는 것을 반복 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곳을 스노우가 홀홀단신으로 올라 왔다는 것이 사실상 제대로 납득이 되지 않고, 그렇게 피지컬이 좋으면 그 능력을 보여 주었어야 할 것을 병사들에게 둘러 싸여 놀림 받을 때는 별볼일 없었고, 멀린을 구하기 위해서 바위를 들어 올릴때는 그곳이 물속임을 생각하면 정말 막강한 힘인데 이걸 제대로 표현을 못 하니 합리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또 일곱 난쟁이들이 꽃보다 일곱 왕자라는 것을 숨겨야 하는 이유는 그저 레드 슈즈가 멀린도 아더도 별로 취향이 아니다 라는 점에서 난쟁이인 자신들이 그들이 아니라고 속이는건데 어차피 키스를 해서 돌아올 거면 들통날 거짓말이라는 점에서 뭐하러 그랬어야 했나 그걸 굳이 계속 숨겼어야 했나? 라는 의문이 들 뿐이고, 레지나 역시 레드 슈즈를 찾는 이유는 그녀가 신은 신발 때문이었고 그것을 노렸기 때문인데 정작 레드 슈즈를 납치 한 뒤 하는 행동은 그녀가 신은 신발을 빼앗은게 아니라 그녀를 사과 나무로 만든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마녀가 젊음을 되찾는 걸로 이야기가 끝나면 말이 안 되니까 어떻게든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어 올리려고 레드 슈즈를 희생시켰는데 그게 당위성이 없다는 거다. 또한 마녀는 자신의 젊음 때문에 왕국의 사람들 대부분이 사라질 정도로 일을 벌여 왔는데 그럼 그 왕국에 마녀만 죽었다고 사람들 저주가 풀렸는데 바로 다시 왕이 될 정도인가? 저주가 풀려서 돌아온 것은 그저 아이 3명과 왕 1명 뿐인데 이걸로는 납득이 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마녀의 능력과 스케일에 비해 그녀가 저질러 온 결과물이 납득이 안 될 정도로 빈약하다. 또한 애버리지를 포함하여 왜 그들을 나무괴물로 만들었어야 했는가? 아무 이유가 없다. 극적인 씬과 레지나의 사악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었겠으나 레지나는 저런 능력을 가지고 왜 타인의 힘에 의지했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만 들고, 마찬가지로 극적인 씬이라고 해 봐야 나무괴물 3마리 씬은 애버리지 병력과 일곱왕자 전투씬에 비하면 구성력과 당위성이 약하다. 나무 토끼가 비밀통로를 발견해서 보내 줬는데 뜬금없이 잡혀 버려서는 과정이 날아가 버렸고, 꽃밭을 헤집고 포스터처럼 만들어 놓지만 거기가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곳도 아닌것 같아 별 의미도 없고, 결국 아빠 찾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고, 북미 애니메이션 풍의 연출을 그냥 답습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캐릭터성을 잡는데 실패하여 막강한 레지나와의 최종 전투가 이루어진게 아니라 대체 왜 마법거울. 그것도 왜 마법거울이 레지나의 나무줄기 능력을 이용하여 최종보스전인 것 마냥 싸우는지 알 수가 없고, 레지나는 되려 멀린의 자기희생 동귀어진에 휘말렸는데 이럴거면 그녀가 그렇게 권능한 힘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가를 알 수가 없다.


영화가 미국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많이 따 오고 참고를 하고, 특히 여러 소재들을 이용하고 꼬고 그런 것이 많이 보여지는데 문제는 그것을 왜 그렇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는거다.


대체 왜 라푼젤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내용을 벗어나 마법의 머리카락을 지니고, 일개 평민이 공주가 되고, 왕자가 일개 평민이 되고, 마녀가 그리도 라푼젤을 원하는지를, 원작과 왜 이야기가 다르고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를 개연성있게 풀어 냈고, 마찬가지로 슈렉도 왜 파콰드는 공주를 원하고, 슈렉은 왜 공주를 찾고, 공주는 대체 왜 진정한 사랑을 찾는지 다 개연성이 있다. 기존의 요소를 꼬았어도 그게 왜 그런지, 테마와 의미를 잘 잡아 냈는데, 레드 슈즈는 그게 안 된다. 기존의 요소를 꼬기만 했을 뿐 왜 그래야 했는지를 모르는거다.


원작의 라푼젤을 보자. 원작의 라푼젤은 별거 없다. 라푼젤 훔쳐 먹다 마녀에게 걸려서 자기 아이를 주기로 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딸을 넘겨 줘야 했다. 그런데 마녀는 그 아이를 그냥 탑에다 가둬 놓기만 했을 뿐 가둬 놓은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으니 라푼젤 머리카락을 잘라왕자를 추락 시키고 실명 시키고, 라푼젤 눈물로 치료가 되어 마녀는 벌을 받고 그걸로 끝이다.

이걸 애니메이션 라푼젤은 마녀가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게 하던 치유의 꽃을 왕비가 먹었고, 그 마법의 힘을 가진 공주가 태어났고, 마녀는 공주를 유괴해서 자신의 딸인양 속이고 공주의 머리카락 힘으로 자신의 젊음을 유지한다. 따라서 마녀에게는 공주의 머리카락이 자기 자신보다 소중하며, 머리카락을 자르면 마법의 힘을 잃으니 이를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면 안 되었고, 공주의 신분이니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안 되니 탑에 가둬 키운다. 반면 그렇게 키워진 라푼젤은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이 강해지고, 높은 탑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등불 축제가 라푼젤과의 연결점이 되어 등불 축제를 보러가고 자신의 과거에 대한 실마리를 잡게 된다.


행동에 대한 이유가 있으니 이처럼 개연성이 존재하고, 물 흐르듯 매끄럽게 연결되기 마련이며, 원작의 요소를 달리 변경한 점은 부족한 개연성을 채워주기 위함이라 더더욱 빛을 낸다.



하지만 레드 슈즈의 개연성은 위에서 언급 했듯이 형편없다. 레드 슈즈를 찾으려던 마녀는 정작 레드슈즈는 상관없이 그녀를 나무로 만들어 버린다. 아무런 존재감 없이 혼자 할말 다 하던 마법 거울은 마치 최종보스처럼 행동하고, 일곱 왕자들은 얘들이 왕자인지 패거리인지 알 수가 없다. 스노우 공주의 캐릭터성이 희박하여 그녀가 영향을 주는 부분이 없고, 신발은 마치 못 벗기는거 같지만 이미 난쟁이 집에서 쉽게 벗었고, 그 뒤로 이상하게 벗기 힘든 모습만 보여주고, 멀린의 자아 찾기는 아무래도 상관 없고 결국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 그 과정들을 보면서 대체 왜? 라는 의문이 나와도 해결 되는 것이 없다. 걸린 저주고 마법이고 뭐고 간에 아무 의미가 없다. 꼬아 놓은 요소들도 다 하나같이 의미가 없다. 일곱 난쟁이를 대체한 일곱 왕자는 그랬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부적 쓰는 동양풍 멀린이니 결국 못 뽑아서 바위 뽀개서 검 드는 아서니 잭이니 한스니 피노키오니 기존의 요소들을 꼬아 놔도 그것이 그랬어야 할 이유가 없다. 아무것도 없다. 정말로.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클리셰 파괴를 염두 해 둔 듯 기존의 요소들을 꼬고 바꾸고 대체하고 아닌 것 처럼 다른 것 처럼 보이게 하지만 그것이 의미를 지니는 것은 단 한가지도 없다.

그렇게 바꿨으면 왜 그렇게 바뀌어야 했는지를 알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야 할 이유가 없으니 그렇게 바뀔 이유도 알아야 할 것도 없는 거다. 심지어 왜 레드 슈즈인가. 백설공주를 꼬아서 만들어 놓은 구성에서 사과가 붉은 구두로 변하는데 그게 왜 붉은 구두여야 하는가. 이유가 없다. 구두가 아니어도 되는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많고 많은 후보들 중에서 붉은 구두여야만 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을 합당하게 뒷받침 하는 이유를 영화에서 보여주었는가? 없다. 정말이지 이 영화는 무의미한 비틀기만 넘쳐 날 뿐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는 1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정말 아깝다. 정말 아깝단 말이다. 이 영화는 픽사나 드림웍스만큼 세심하고 치밀하게 채워진 영상미도 없고, 스토리도 개연성도 개나 줘 버리고, 심지어 클리셰 비틀기에만 치중하여 무엇을 전달 할 것인지도 모르고, 아 또 있다. 의미없는 노래 넣기. 대체 왜 중간 중간에 노래를 집어 넣는지 제작자들은 이해나 하는가? 모르겠지. 디즈니가 뛰어난 점이 그거다.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 등장 인물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그게 뜬금없는 것도 아니고 다 하나같이 애니메이션의 각 상황에 따른 주제와 의미 내용을 담은 노래를 매우 듣기 좋은 노래들로 부르고 있다. 따라서 상황에 맞아 자연스럽게 이어지니 이게 몰입이 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노래를 그냥 집어 넣기만 하고 있다. 왜 그 상황에서 노래가 나와야 하는지 그 노래가 어울리는지는 1도 관심이 없는 듯이 그냥 노래가 들어가 있을 뿐이다.


베끼려면 제대로 이해하고 베끼던가, 이건 정말 처절하게 수박 겉핥기 수준의 이해만 가지고 따라 만든 느낌이다. 잘 만들 수 있었을텐데, 분명 이보다 더 잘 끌어 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고작 이 정도에 그치는게 전부다. 마이너 카피 수준에 머무른 현실은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던 것에 대해 이해와 접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일곱 왕자 난쟁이를 일곱개의 대죄라 치고 각자 가지고 있는 원죄를 가지고 캐릭터 성격을 가져 와서 그에 맞는 왕자 캐릭터와 개성을 부여하고 그 원죄의 성격들을 화이트 스노우의 순수하고 차별이 없는 캐릭터와 맞물리는 과정들로 인해 왕자들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눈녹듯이 사라지고, 반면 마녀는 도저히 구제 할 길 없는 검은 욕망과 어두운 부분으로 가득한 절대적인 악처럼 묘사하여 대치상을 이루고, 그 와중에도 화이트 스노우 본인은 최소한 이야기를 끌어 낼 만한 잘못이나 잘못된 판단, 실수를 통해서 왕국을 벗어나고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고 돌아오는 구성의 이야기 였으면 그나마 설득력이라도 있었을 텐데, 왜 그런 고찰도 없냔 말이다. 최소한 원전의 백설공주를 뒤틀어 놓을 거였으면 마녀인 새어머니가 키운 사과나무의 사과를 몰래 먹었는데 이게 살이 빠져 버렸고, 이 모습이 마녀에게 들켜 마녀가 자신의 왕국 정복 계획을 늘어 놓으며 목숨의 위협을 받아 도망쳐 나왔지만 결국 왕국을 구하기 위해 돌아가는 구조였다면 심플하지 않나? 그 구조에서 사과빨로 유지된 모습이 간헐적으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버리고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무엇이 나다운 모습인가를 고민하는 것에 비중을 투자하면 그냥 그걸로도 되었을 것이다. 결국 왕국으로 돌아갈 때 쯤이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도 별 상관 없었을 것이고.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이야기 하자면 레드 슈즈의 이야기 구조는 정말 작위적이다. 등장인물 스노우에 의해 주도적으로 흘러가는 스토리가 아니라 그저 마녀와 그 일당들이 벌이는 일에 의해 작고 큰 싸움만 있을 뿐이고, 이는 이야기 흐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결국 마녀에게 주도적으로 흘러가 납치되고 결말을 짓기 위해 모이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스노우는 쭉 피동적이게 되니 자신만의 스토리란게 없다. 자신만의 개성과 스토리가 없으니 결국 레드 슈즈에 대해 감정 이입하기가 애매한거다. 이런게 다 이해가 부족하고 고찰이 부족하고 결국 완성도 미달로 이어진다.


생각 없이 따라하지 말고 그게 왜 그렇게 되는지를 생각 해 봐라. 그게 없으면 그냥 단순한 표절이 될 뿐이고, 표절을 피하겠다고 어설프게 꼬아 놔서는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