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2일 토요일

아쿠아맨 감상

그냥 보려 했는데 소장용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소장용으로 구입. TV포인트 5천 5백원 남았다. 더는 볼 것이 없는데.. 그렇다고 샤잠이나 베놈을 볼 수도 없고...


DC의 희망이라 불리던 아쿠아맨을 봤다. 확실히 DC팬들이 그렇게 아쿠아맨을 격찬을 하고 미는지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스토리 - 없다. 그냥 아틀란티스의 새로운 지배자를 꿈꾸며 육지를 공격하려는 동생이 있다. 그놈이랑 결탁한 흑인 해적이 있다. 아쿠아맨은 권력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육지를 지키고자 좆빠지게 달려가는 그런 영화. 반전 없고 걍 전설의 삼지창을 찾아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결국에는 전투에서 승리하여 모든 것을 쟁취한다. 스토리는 정말 오질나게도 의미가 없다. 그런데 괜찮다. 뭐가 괜찮으냐.


나는 이미 블랙팬서를 봤으니 괜찮다.

블랙팬서는 아쿠아맨의 스토리보다도 더 씹창난 스토리다. 흑인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친척 동생이 왕권을 찬탈하고 블랙팬서인 트찰라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좆뺑이 구른다. 아쿠아맨이랑 딱히 과정에서 별 차이는 없다. 그런데 뭐가 다른가?


내가 일전에 블랙팬서를 보고 나서 쓴 감상(이 블로그가 아닌 이전 블로그에 있는 거지만)에 적은 단점들을 몇가지만 추려 보자면


1. 액션이 허접하다. 마지막 보스전은 무슨 비브라늄 파해법을 게임패턴화 시켜 놔서 재미도 없다.
2. 와칸다 뽕이  찰 만큼 하이테크놀로지 기술을 보여주지 못 했다.
3. 빌런의 사상이 병신같고 무게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연성마저 소실되었다.
4. 히어로가 방구뽕뽕이나 쓰는게 고작이라 멋이 없다.
5. 문제의 원인이 외부에 있는게 아니라 내부에 있어서 공감이 되질 않는다.


라고 되어 있다.

그럼 이 아쿠아맨은 어떠한가.

1. 액션은 좋다. 대부분 물속에서 물질이나 하며 허우적 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싸울때는 그래도 잘 싸운다. 블랙팬서는 정말 답없게 뭔 여전사 다섯이 등 넘어가고 구르고 삽질이나 한다던지 트찰라가 테이블 찾느라 허우적대며 시간 잡아 먹는다던지 블팬vs골팬 전은 정말 허접의 극을 달렸다.

반면 아쿠아맨은 화끈하게 나온다. 비행기에서 낙하산 없이 맨몸으로 사막에 쳐박히질 않나, 충전해서 눈깔빔 쏘는 블랙만타라던지 거대한 크라덴인가 하는 괴물이라던지 스케일이 크고 화끈하다. 자신이 초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

2. 하이테크놀로지 기술은 와칸다나 아틀란티스나 고만고만하다. 특히 뭔 과거 아틀란티스를 회상하여 최고의 기술 어쩌구 하던게 스팀펑크 이족보행 기계였는데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블랙팬서보다는 낫다.

블랙팬서의 하이테크놀로지라고 해 봐야 와칸다를 숨긴 홀로그램. 인워에 등장했던 에너지실드? 비브라늄창, 코뿔소, 3D프린팅 기술, 그게 다고 그걸 보고 우와 쩌네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쿠아맨도 마찬가지다. 기술이래봐야 물속에서 타고 다니는 이동수단에 물속에서도 숨 쉬는 아틀란티스인을 위한 공기막 발생장치? 이게 왜 필요하지? 싶은데 이런게 있고, 기껏해야 레이저 뿅뿅이나 워터 홀로그램, 블랙만타가 쓴 물을 분해하여 플라즈마를 쏘는 병기 정도나 쩔어 보이지 그 외에는 다 고만고만하다. 오히려 테크놀로지 레벨로 따지면 와칸다가 더 높다.

그런데도 왜 아쿠아맨이 쩌냐. 기술력이 높고 쩔어서 쩌는게 아니다. 그 기술력을 필요한 곳에 그럴만하게 썼기 때문이다.

블랙팬서로 이야기를 돌아가 보면 블랙팬서의 슈트가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여 충격파를 쓰는 기술이 있다. 근데 그게 방귀뿡뿡이지. 차라리 발이나 손에 에너지를 집중하여 충격파를 내는 것이었으면 훨씬 멋있었을 것이다. 근데 안 그렇잖아? 비브라늄 기술도 마찬가지다. 즉석에서 해킹한 전투기의 조종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면 이미 비브라늄 기갑병이나 거신병, 골렘, 뭐든간에 뭐라도 나왔을것 아닌가. 그런데 뭔 농경사회인거 마냥 어정쩡하게 후진국과 비브라늄을 섞어서 내놓은게 비브라늄 코뿔소다. 이거 보고 뽕이 안 찬다. 당연하지.

아쿠아맨은 그딴 짓은 안 했다. 최소한 기술력이 있다. 레이저 뿅뿅이나 한다. 그럼 그냥 레이저 뿅뿅에 충실한다. 미사일도 쏘고, 레이저도 날리고, 심지어 해마기병,상어기병,뭐 그런 것들이 넘쳐나는데 다행히도 그럴싸하게 내놓는다. 블랙팬서의 코뿔소는 아무런 정보도 없다고 갑자기 튀어나오니 걔가 왜 나와? 이지만 아쿠아맨의 해마기병 같은건 이미 영화 내내 자주 모습을 보였기에 최종전에서 무수히 많은 수가 보여도, 그렇구나 하는 납득이 간다. 그리고 그 기술을 전부 전투에 때려박아서 화려하게 썼으니 불만이 없다.


3. 빌런의 사상이 병신같은건 블팬이고 합리적인건 아쿠아맨이지만 오히려 아쿠아맨의 빌런은 사상의 기반을 표현하는 서사가 약해도 너무 약한데 얘가 대체 왜 육지를 공격하는지, 아쿠아맨을 싫어하는지 그런 표현이 약해도 너무 약하다. 이유는 있는데 이게 충분히 설명이 되어 있지 않다. 블랙팬서는 오히려 그 부분을 강화 시켰으나 병신같은건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아쿠아맨은 분노와 증오의 기반이 존재하고, 합리적인 이유는 있지만 서사가 병신이라 그게 그거다. 정말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서사가 씹창났다는 점이다. 그래도 얜 블팬 빌런이 하트허브 태워버리는 것 같은 멍청한 짓거리는 하지 않고, 아틀란티스인이 엄청난 내구력과 기술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육지 정복이 그럴싸하다는 점은 있다. 블랙팬서의 와칸다야 비브라늄빨이지 기술력 빨이라는 느낌은 안 들기에 걔네가 세상을 정복하려 해도 핵폭탄이나 어벤저스 레벨에서 터질 수준이지만, 아틀란티스는 인간이 도달 못 하는 심해에 있고, 육체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전투 능력으로도 육지를 아득히 뛰어넘기에 저스티스 리그에 슈퍼맨만 뺀다면 사실 감당하기 힘들지 않나 하는 위압감이 있는 것이다. 만약 블팬의 빌런이 하트허브를 자기 추종자들에게 먹여 슈퍼솔져를 넘치게 만들었다면야 그때는 눈꼽만큼이라도 무섭다고 생각이 들었겠지. 그런데 안 했잖아?


4. 히어로의 멋에서 아쿠아맨이 아주 쩔게 나오진 않았다. 오히려 위기와 굴곡이 블팬보다도 형편없었는데 그래도 해양생물과 대화하는 능력과 골든 삼지창으로 대군을 부르고 적들이 타고 있는 생물을 전향하게 만들고, 스승에게서 배운 기술을 쓰고 그나마 할 건 다 했다. 확실한 전투의 우위를 보여줌으로서 강하다 라는 이미지는 충분히 남겨 놓았다.


5. 블랙팬서의 빌런의 탄생 원인은 트찰라의 아버지가 자기 부하를 지키기 위해 친척을 죽여서 홀로 남겨진 친척의 아이가 와칸다에 반감을 가지고 아버지 사상에 감화되어 흑인 세상을 만들겠다 라고 설치는거다.

그러니까 원래 이 사단이 나는 이유는 블랙팬서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제대로 가족 관리를 끝까지 못 한 죄다. 그래서 얘네들이 막 흑화해서 세상을 때려 부수고 정복하겠다 해서 얘네가 뭐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반면 아쿠아맨은 그럴싸하다. 일단 육지인들이 쓰레기들을 버린게 바다에도 흘러가서 피해를 주고 있었기에 원인 중 하나는 육지에 있었으므로 납득 가능하고, 육지인과 사랑에 빠져 태어난 아서가 왕가 혈통의 제1순위였는데 아틀란티스와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계승문제가꼬이게 되었으니 육지인을 싫어 할 법도 하다. 아서에 대한 증오심 또한 아서 때문에 어머니를 잃었다는 이유도 있었기에 사실 합리적인 수순은 밟으나 그에 대한 서사는 부족한게 흠이다.



그렇게 블랙팬서보다는 나은 영화이긴 한데 그래도 이게 영화 퀄리티로서 좋냐면 절대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냥 영화 보는 내내 스토리는 아웃 오브 안중이었고, 액션 말고는 볼만 한 것도 없었다. 특히 사람들이 메라가 끝내준다 뭐다 하는데 나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원더우먼이 더 예쁘지 않나? 내가 너무 안경녀에 꽂혀 있나?

액션으로 이야기 들어 가면 액션은 화끈하고 스케일이 크고 압도적으로 펼쳐지기에 정말이지 입이 떡 하니 벌어지고, 마블과 DC의 모든 영화를 통틀어서 이만큼 쩔어주는 CG사용은 없다고 해도 무방 할 정도로 엄청난 압도감을 보여준다. 아마 반지의 제왕 급이 아니고서야 이 영화보다 더 스케일이 크긴 어렵지 않나 싶다.


더빙판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확실히 옴의 카리스마라던가, 아쿠아맨의 상남자스러운 모습이라던가, 전투씬도 화려하니 이게 더빙으로 부와악 하고 다가오면 쩔었을텐데 안타깝게도 DC영화는 더빙을 안 한단 말이지. 이게 마블보다 좀 아쉬운 부분이다. 마블은 본래 배우의 목소리나 연기 퀄리티가 구리더라도 더빙이 커버치는 경우가 있는데 말이다.



볼만한 영화지만 요즘 DC 영화가 다 그렇듯 서사는 기대 할 게 못 되고 오로지 CG랑 액션만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CG는 정말이지 탑클래스다. 블랙팬서는 까만사람이 까만옷 입고 까만데서 까마득한 되도 않는 전투를 하는 반면, 아쿠아맨은 심해인데도 적절한 조명뽕으로 밝고 은은하게 펼쳐지는 빛과 심해 도시 느낌의 특유한 감각을 제대로 살려 놔서 보면서 너무 어둡네 너무 밝네 하는 불편함도 없이 씬 대부분이 그렇게 심해의 CG로 가득 차 유지되면서도 퀄리티가 구린 구간이 하나도 없다. 또한 서사도 그렇게 깽판친건 아니고 그냥 기대 안 하고 보면 최소한 사람 신경 거슬리는 일은 없게 흘러간다. 영화 볼 때 서사가 깽판치는 것 중에서 제일 못 참겠는게 저게 왜 그렇게 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건데, 아쿠아맨은 다행히 그건 없다. 저게 왜 그렇게 되는거지? 싶을 정도로 구린 부분이 한 두군데 빼면 없기에 블랙팬서만큼 거슬리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