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일 화요일

극한직업 감상

극한직업 감상 -


점수는 10점 만점에 100점. 100점 만점이라면 천만점.

난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코미디 영화같이 사람을 웃기는 영화는 정말로 보기 힘들다. 억지 감동 신파극은 유효한 패턴이 있다. 액션도 화려한 CG와 그만한 노하우가 결집되어 찾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제대로 된 코미디 영화는 찾기가 너무 힘들다. 대한민국 영화에서 코미디 영화는 그리 많지도 않았고, 대부분 희화화 된 상대는 나쁜 놈들이었다. 그러고서 결말에는 훈훈하게 가려고 미화를 하려 한다던지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코미디 영화들은 본질에 충실하지 못 하거나 뒷맛이 찝찝한 영화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미국 코미디 영화라고 특별히 재미있는 영화도 없다. 덤앤더머나 총알 탄 사나이는 화장실 개그 투성이고, 내용이 없으니 패러디에만 몰두하는 영화는 원작을 모르면 재미가 없고, 어정쩡한 감동요소는 미국도 예외는 없다.


순수하게 사람을 웃기기는 정말 어렵다. 코미디 개론을 알고 있더라도 그것을 실전에 써 먹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며, 웃기는 상황을 유도한다는 것이 주관적인 기준을 떠나 다른 사람도 웃을 수 있는 것인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웃긴데 다른 사람은 안 웃길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극한 직업은 한번 봐도 웃기지만 두번 보면 더 웃기는 그런 영화다. 더러운 개그도 없고, 패러디에 매몰되지 않고, 억지 감동요소도 없다. 그저 상황이 웃기다.


연달아 수사 실패와 사고들로 인해 해체 위기에 처한 마약반 고반장에게 국내 최대 마약조직의 덜미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들어와 잠복수사하던 중 잠복수사를 위해 이용하던 치킨집이 가게를 내놓아 잠복수사에 문제가 생기자 아예 치킨집을 인수하여 마약조직에서 치킨 배달을 시키기만을 내내 기다리지만 정작 배달을 시켜야 할 마약조직은 찾지 않고, 오매불망 마약조직이 찾아주기만을 바라며 치킨을 튀기던 가게는 대성황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온갖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코미디물이다.


단순하게 상황, 동작, 그리고 말빨로 웃기는데 특히 말장난이 아주 잘 맞는다. 치킨을 잡을 것인가 범인을 잡을것인가, 두반장 수사반장 학급반장 처럼 각각의 상황에 대응하는 비슷한 요소들이 연상을 쉽게 하게 하며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 낸다. 또한 치킨을 튀길때가 정말 단순하면서도 웃겼는데 요리 프로그램을 뛰어넘는 효과음과 연출로 이것은 범죄 수사 영화인가 요리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곳에서 비장함이 느껴지는터라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고반장(류승용)의 대사인 지금까지 이런 치킨은 없었다 이것은 치킨인가 갈비인가 네 수원 왕갈비 치킨입니다 라는 대사는 서비스직으로 전화 대응 할 때마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던 입장에선 정말이지 형사가 치킨집 사장의 직업병이 생겼다는 점에서 동질감도 느끼고 너무 아이러니하게도 웃겼다. 너무 자연스럽게 대사가 튀어나오니까 아니 너무 자연스럽잖아 경찰이야 사장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영화 내 보여지는 경찰과 마약조직간의 액션씬이나, 마약조직과 마약조직과의 액션씬도 괜찮았지만 다리를 자르는 것과 같은 잔인한 장면들은 조금 별로였다. 그냥 끌고가서 곡소리만 나게 해도 되었을텐데, 그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도 그리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두번째 재시청 때는 일부러 그 장면만 빠르게 돌려 스킵 할 정도.


캐릭터성은 조금 미흡했다고 보여지는데, 이게 한번에 첫 등장에 각인이 되는게 아니라 마무리에 캐릭터성이 확립이 되다 보니, 영화를 두번째 봤을 때 아 이 캐릭터가 이런 캐릭터라서 이런 재미가 있구나 라는 것을 알 수는 있는데 첫번째에서는 느끼기 어려우니까 그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개그 요소도 후반부에서는 액션쪽으로 넘어가다보니 약해졌는데 마무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건 어쩔 수 없겠지만 살짝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쭉 이어져 오던 개그 패턴이 한순간에 싹 사라진 그런 느낌?



킹스맨이라던지 다른 영화에서 사용된 요소들이 보이기는 하는데, 아주 많이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비슷하긴 하나 다르니까 라는 그런 느낌이다.

코미디 영화에 목 마른 사람이라면 추천하기 좋은 영화. 개인적으로 단점이라면 다리 자르던 씬 정도. 마약 조폭이 등장하던 씬 중에서 재미있던 씬은 찾기가 어려웠는데 희화화를 심하게 하는 것 보다는 분명 낫긴 하다. 일장일단이 있는 부분이라 뭐가 더 낫다고는 못 하겠네.